함석헌 선생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 중 일부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계간 ‘시와 시학’ 봄호에 실린 기고문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로 꼽았다. 기자는 고교 2학년 겨울방학 때 담임선생님이 편지에 손수 적어 보낸 이 시 전문을 요즘도 애송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하고 지금 누군가 물으면 얼른 답변하기 힘들다. 그만큼 처자를 내맡길 만큼 신뢰할 만한 사람을 만나긴 어려운 법이다.
친구 관계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서로 경쟁해야 하는 사회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긴 쉽지 않다. 정부와 국민, 감독과 선수,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경영자와 직원, 상급자와 하급자, 판매자와 구매자의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만일 이들이 서로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간과 돈, 정신적 에너지, 육체적·정신적 건강 등 엄청난 ‘기회비용’이 들 것이다. 그래서 “신뢰가 낮을수록 비용이 많이 든다”는 랠프 월도 에머슨의 지적은 옳다.
이번 주 출간된 ‘신뢰의 법칙’(린다 스트로 지음, 박선영 옮김, 비즈니스맵)과 ‘믿음과 신뢰로 이끌어가는 무간섭 경영’(스티브 챈들러·듀웨인 블랙 지음, 양영철 옮김, 포북)은 적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에서 누굴 믿어야 할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얻는 방법은 뭔지, 신뢰경영의 효율성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책들은 우선, 관리자를 향해 부하 직원들의 자발적 열정을 이끌어내는 데 관심을 갖는 리더인지, 아니면 자신의 주도하에 부하 직원들을 독려하고 통제하는 관리자인지를 묻는다. 전통적인 관리자들은 대부분 후자에 속한다. 이런 조직은 지시와 통제, 간섭이 미덕이다. 회사 곳곳에 비밀 CC TV가 설치돼 있고, 인사과에선 사원들의 발언과 동향을 수시로 점검한다. 생산 공장에선 직원들 퇴근시 몸 수색이 당연시되고, 영업부 직원은 상담 중에도 자신의 동선을 낱낱이 보고해야 한다. 예비우주인 고산씨가 우주선 탑승 직전 교체된 것도 신뢰의 부족에서 온 결과였다.
책은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적인 에너지’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 현대의 기업 환경에서 더 이상 고전적인 관리방식은 허용하지 않게 됐다면서 ‘믿음’과 ‘신뢰’의 리더십을 이끌어 가는 경영방식과 무간섭형 관리자의 모습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진정한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올까. 책들은 진정한 권위는 파트너십에서 나온다고 답한다. 직원들이 갖고 있는 내면의 능력과 열정을 찾아내 그들을 격려함으로써 최고의 성공을 만들어갈 줄 아는 관리자야말로 진정으로 권위 있는 리더라는 것이다.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싱가포르 총리처럼, 모든 직원이 성공의 잠재능력과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무간섭형 리더야말로 우리 시대가 필요한 진정한 리더라는 이야기다. 그럴 때라야 ‘처자를 내맡길 친구’가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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