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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는 특정민족 발명품 아닌 동아시아 공통의 지적 코드"

입력 : 2009-06-09 17:19:53 수정 : 2009-06-09 17: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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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역사재단 ‘고대문자…’ 국제 학술회의 한자는 동아시아 문화 교류와 소통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특정 민족의 발명품이나 독점적 유산이라기보다는 이 지역 문화 형성의 든든한 토대였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한자를 교류와 이 측면에서 살펴보면 각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 이해에 도움이 된다.

한자문화가 동아시아 문화권의 핵심도구라는 점은 일면 당연해 보이지만 그간 치열한 조명은 없었다. 이런 반성을 토대로 동북아역사재단이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고대 문자자료로 본 동아시아의 문화 교류와 소통’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연다. 고고학과 서예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소통의 도구로서 한자와 동아시아 문화를 살펴보게 된다. 발표 자료를 입수해 중점 토론 내용을 미리 살펴본다.

먼저, 기조강연에는 이기동 동국대 석좌교수가 나선다. 이 교수는 ‘문자와 동아시아의 문화 교류’에서 오랜 세월 지하에 매장돼 있던 각종 사료가 발견돼 고대사 연구가 진전한 것을 20세기 사학계의 성과로 평가한다. 고대 신라와 백제 지역에서 목간이 다수 발견돼 고대 사학계가 비문에서 목간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은 최근의 새로운 흐름이다. 그는 “중국이 한자문화와 율령 제도를 고대 한국과 일본 지역에 전파해 지배체제에 자극을 줬다”며 고대 사회의 동아시아 문화 교류를 설명했다.

윤선태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한반도의 문화 수용 역동성에 주목한다. 고대의 동아시아 사회가 표현의 수단으로 한자를 받아들여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고대 한반도와 일본 지역이 한자 등 중국문화를 수용하면서 역동적이고 주체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인 것도 사실이다.

신라시대 사용된 문장들이 이를 잘 드러낸다. 신라에서는 문장 끝에 ‘어조사 지’(之)를 사용했고, 종결어미 뒤에는 의도적으로 공백인 빈칸을 두며 띄었던 경우가 많았다. 이는 한문과의 언어적인 장벽을 단숨에 뛰어넘는 신라 식자층의 위대한 발명이었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빽빽하게 줄지어 늘어선 한문 글자들 사이에서 이와 같은 ‘빈칸’의 공백을 둬 한문 번역의 내실화를 기했다는 것이다.

고대 일본 사회의 한자문화 수용 방식도 토론된다. 고대 일본의 야마토정권 호족들은 7세기 초에는 백제에서 건너온 도래 승려에게서 선진문화를 배웠다. 그러다가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뒤인 7세기 후반에는 왕족의 핵심이 된 망명 귀족들이 발달된 백제와 고구려 문화를 전했다.

사토 마코토 도쿄대 교수는 “7세기의 일본 사회에서는 지방 호족들이 적극적으로 한자문화를 수용했다”며 “중앙과 지방에서 한자가 광범위하게 사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신라 목간에 대응하는 6세기 대의 목간이 일본에서 발견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발표 논문들을 미리 살펴보면 ‘동아시아의 문자문화와 한문의 수용 양상’을 발표하는 김영욱 서울시립대 국문학과 교수의 주장이 적실해 보인다. 김 교수는 “알파벳처럼 한자도 개별 민족이나 국가에 귀속된 유물이 아니다”면서 “한자는 ‘동아시아 공동의 지적 코드’로 부를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학자 20여명이 각종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김용덕 동북아재단이사장은 “한·중·일 학자들이 같은 장소에 모여 한자를 동아시아 공통의 지적 코드로 깊이 논의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역내 국가들이 이해와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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