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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커피향을 찾아… 내손으로 ‘로스팅’을

입력 : 2009-10-22 22:02:59 수정 : 2009-10-22 22: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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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바리스타를 위한 맛있는 커피 만들기 노하우
21일 오전 서울 압구정의 ‘허형만의 압구정커피집’. 갓 볶은 커피향이 진하게 풍기는 8평 남짓의 비좁은 가게 안에 20대 초반 청년부터 60대의 할머니까지 30여명이 빽빽이 모여 앉아 커피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곳에서 8년째 커피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허형만(52) 대표는 “수강생 중 일부는 창업을 하려는 사람이고 대부분이 집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시려는 커피 애호가”라며 “최근 원두를 사가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한 사람이 연간 약 288잔의 커피를 마셨으며, 전체 커피 수입액 중 생두가 차지하는 비율이 76.1%에 달한다. 이처럼 원두커피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원두를 구입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마시는 원두커피가 인기몰이 중이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브라질 산 등의 생두와 갓 볶은 원두알을 모아 놓은 ‘원두커피’ 카테고리의 9월 매출은 전년 대비 107% 증가했으며 분쇄한 원두커피 매출도 전년 대비 50% 늘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커피전문점의 일원화된 커피에서 벗어나 직접 로스팅과 블렌딩을 해 자기만의 커피 향과 맛을 찾으려는 홈 바리스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인터파크 김기성 주방가전 카테고리매니저는 “원두커피 수요가 높아지면서 커피메이커뿐 아니라 로스팅(볶음) 머신, 그라인더(커피 분쇄기), 드립용 커피포트, 전동거품기 등 원두커피 관련 제품들이 최근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 스타벅스 부럽지 않은 커피 만들기

집에서 원두커피를 만들려면 우선 생두 고르기, 로스팅 및 보관, 추출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음식도 식재료가 맛을 좌우하듯 맛있는 커피를 마시려면 좋은 생두를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두는 고산지대에서 재배해 씨앗을 분리할 때 물로 씻어낸 수세식 아라비아 커피의 품질이 가장 좋다. 육안으로 구별할 때는 생두의 크기가 크고 고르며, 밀도가 높고 선명한 청록색일수록 고급이다.

이렇게 고른 생두를 볶는 것을 로스팅이라고 한다. 로스팅은 적당한 온도의 열을 가해 생두의 내부조직을 변화시키고 커피 특유의 맛과 향을 나게 하는 작업이어서 이때 커피의 가장 좋은 향을 느낄 수 있다.

◇21일 오전 서울 ‘허형만의 압구정커피집’에서 커피 애호가들이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먹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남제현 기자
허형만 대표는 “로스팅한 커피는 일주일에서 보름치만 사야 한다”면서 “원두는 한꺼번에 분쇄하지 말고 추출하기 직전에 분쇄해야 가장 신선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두 속에는 가스가 차 있는데 이를 분쇄하면 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커피향까지 사라진다. 살아 있는 생선처럼 커피의 신선도를 잘 지켜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미리 산 커피는 공기가 통하지 않는 기밀성 용기에 넣고 볶은 날을 기준으로 실온에서는 2주 이내, 냉장은 한 달, 냉동은 넉 달 정도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실온에서 보관할 때는 건조하고 차가우며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냉동보관 한 경우 커피를 꺼내 바로 사용하지 말고 실온과 같아질 때까지 기다린 후 분쇄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볶은 커피를 분쇄하는 것은 볶은 커피와 물이 닿는 표면적을 넓혀 물에 녹는 향미 성분을 빨리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모래알보다는 가늘고 설탕 입자보다는 굵게 분쇄한다.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동식 양날분쇄기는 고속 회전으로 인해 입자가 불균일하게 분쇄된다. 이때 전동식 양날분쇄기를 45도 기울여 대각선 방향으로 흔들면서 갈면 고른 입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커피를 추출할 때 물의 온도는 90∼95도를 유지해야 하며, 원두를 끝까지 내리지 말고 4분의 3 정도 뽑았을 때가 제일 맛있다.

흔히 커피를 연하게 마신다고 원두를 적게 넣고 물을 많이 넣는 실수를 하는데 집에서 마시는 커피 맛이 커피 전문점의 것과 다른 이유 중 하나다. 연한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내린 커피액에 뜨거운 물을 희석해서 마시는 게 좋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커피에 대한 궁금증 풀이

▲설탕 먼저? 크리머 먼저?=설탕을 먼저 넣는다. 크리머가 첨가된 상태에서는 단맛을 정확히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탕을 먼저 넣으면 커피 온도가 내려가 크리머의 단백질 응고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는?=인도네시아산 코피루왁,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 하와이의 코나 커피 등 순이다. 코피루왁은 사향고양이가 커피콩을 먹고 배설하면 즉시 그 배설물에서 커피콩을 수거해 세척한다. 수확 과정이 힘들고 수량이 얼마 안 돼 매우 비싸다.

▲블루마운틴은 흔하다?=‘커피의 왕’이라고도 불리는 블루마운틴은 자메이카에서 생산되며 아라비카종 중에서도 그늘나무가 필요한 티피카종으로, 연간 생산량이 500여t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진품보다는 ‘블루마운틴 블렌드’, ‘블루마운틴 스타일’ 등의 두 가지 이상의 커피를 섞은 블렌딩 제품이 많다.

▲비엔나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다?=비엔나에서는 아이슈패나커피라고 부른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기 어려운 마부들이 한 손에 말고삐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설탕과 생크림을 듬뿍 넣어 마시게 된 것이 시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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