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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중의 아프리카 로망] 남아공 케이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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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15 09:39:18 수정 : 2010-01-15 09: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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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과 도시 공존… ‘아프리카의 유럽’ ‘아프리카의 유럽 도시’, 남아공 케이프타운.

아프리카 땅은 여행자들의 로망이다.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아프리카 땅을 밟을 수 있다면 그건 참 행운이다.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50여개 나라들이 모여 있는 거대한 아프리카. 여행객에게는 1년을 다녀도 모자랄 곳이지만, 그래도 아프리카 특유의 자연과 문화를 맛보면서 무난하게 일주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남아공, 나미비아, 보츠와나, 잠비아, 탄자니아가 모여 있는 남아프리카다. 필자는 지난 2년 겨울을 이용하여 ‘70일간의 남아프리카 일주여행’을 다녀왔다.

◇배낭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롱스트리트.
얼마 전, 전 세계 나라의 야경사진을 본 적이 있다. 지구 밖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이다. 한반도는 남한은 밝게 빛났지만, 북한의 밤은 어두침침했다. 일본은 전역이 밝았다. 아프리카 사진으로 눈을 돌리자, 대부분 아프리카 땅이 어두컴컴한데 유독 빛을 밝히고 있는 곳이 한 군데 있었다. 바로 아프리카 남부 끝자락에 자리 잡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이 한 장의 야경사진을 보더라도 남아공이 아프리카 나라들 가운데 가장 먼저 손꼽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땅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 가운데 가장 경제적으로 부유할 뿐 아니라, 여행자의 로망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나라이다. 여행은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남아프리카 여행의 첫 출발지로 남아공이 제격이다.

남아공은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다. 남아공은 해안 길이가 4000㎞를 넘는다. 바다와 산맥, 사막, 폭포, 사파리가 산재해 지리적으로 변화무쌍하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인종이 모여 만들어낸 문화적 다양성 또한 남아공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매력 가운데 하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아공을 ‘여행객의 놀이터’라고 부르기도 하고, 남아공 사람들은 한 술 더 떠 “남아공 한 나라에 세계가 모두 들어 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땅의 유럽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케이프타운. 유럽식 가옥과 시내에 즐비한 고층 빌딩들이 유럽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남아공은 서북쪽에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와 맞닿아 있다. 동북쪽으로는 모잠비크, 스와질랜드와 접하고 있다. 자그마한 레소토 왕국은 나라 전체가 남아공 안에 들어 있다. 남아공이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곳이기도 한 이유이다. 특히 케이프타운과 요하네스버그는 아프리카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남아공으로 들어가는 직항 비행기가 없기에 보통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경유해 이 두 도시로 들어간다. 남아공은 여행 인프라, 특히 도로가 잘 정비돼 차를 빌려 여행을 하건 장거리 버스로 여행을 하건 아프리카 땅에서 가장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 가지 남아공을 여행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점은 남아공이 남반구에 속한 나라여서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라는 점. 우리나라의 한여름인 6, 7, 8월은 겨울이고, 12, 1, 2월은 여름이다.

남아공에서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남아공의 남부, 케이프반도에 위치한 케이프타운. 유럽 사람들이 휴양지로 가장 선호하는 도시이자,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이다. 남아공의 9개 자치주 가운데 웨스턴 케이프에 속한다. 남아공은 독특하게 수도가 3곳으로 나뉘어 있다. 대통령과 행정부처가 있는 행정수도는 프레토리아, 사법수도는 블롬폰테인이고, 케이프타운은 국회가 있는 입법수도이다. 케이프타운은 도시 전체가 국립공원 안에 들어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도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케이프타운의 중심지를 약간 벗어나 차로 15분 정도 달리면 하얀 모래의 해안이나 독특한 모습의 산들, 특유한 지형의 산맥에 둘러싸인 18세기 유럽식 주택들과 오랜 역사를 가진 와인양조장을 만날 수 있다.

◇롱스트리트 주변의 공예 시장.
케이프타운 공항을 벗어나면 케이프타운의 도시 분위기가 색다르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기는 매우 수월하다. 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달리면 ‘아프리카 땅의 유럽 도시’, 케이프타운을 만난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깨끗한 유럽식 가옥들, 시내에 즐비한 고층빌딩, 현대식 항구,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을 보고 있으면 마치 유럽에 온 듯하다. 그래서 시내로 진입하면서 케이프타운의 모습을 바라보면 여행객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이게 아프리카야? 유럽이지”라고 말한다.

1652년, 네덜란드인 얀 판리베이크(Jan Van Riebeek)에 의해 세워진 케이프타운은 남아공의 시초가 되었던 도시라는 뜻에서 ‘마더 시티’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나는 케이프타운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배낭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거리인 롱 스트리트(Long Street)의 한쪽 끝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특별히 비싼 호텔에 묵을 필요가 없는 검소한 여행객들에게 남아공의 게스트하우스는 안성맞춤이다. 남아공 전역에 소박한 게스트하우스가 점점이 자리 잡아 여행하기에 무척 편리하다.

◇산의 정상 부분이 칼로 자른 것처럼 평평한 케이프타운의 ‘테이블 마운틴’. 도시의 뒤쪽은 산맥이, 앞쪽은 바다가 있어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케이프타운을 감싸고 있는 테이블 마운틴에 올라가는 것. 케이프타운 어디를 가건 테이블 마운틴이 보일 정도로 테이블 마운틴은 희망봉과 더불어 케이프타운의 상징 가운데 하나다. 테이블 마운틴은 해발 1086m의 산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이제껏 보아온 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산 정상이 뾰족한 것이 아니라 마치 산의 정상 부분을 칼로 반듯하게 자른 것처럼 평평하다.

그래서 ‘테이블 마운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테이블 마운틴은 동서로 3㎞, 남북으로 10㎞에 걸쳐 있고, 동쪽으로는 ‘데빌스 피크(Devil’s Peak·악마의 봉우리)’, 서쪽으로는 ‘라이언스 헤드(Lion’s Head·사자의 머리)’라는 두 개의 봉우리가 자리 잡고 있다. 도시의 뒤쪽으로는 산맥을 등지고 있고, 앞쪽으로는 바다를 접하고 있는 케이프타운의 지형은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모습이다.

테이블 마운틴의 전체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름이 자주 정상을 가려 남아공 사람들은 산 정상에 걸쳐 있는 짙은 구름의 모습이 마치 보자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테이블 클로스(테이블보)’라고 부른다. 테이블 마운틴은 걸어서도 올라갈 수 있지만, 보통 360도로 천천히 회전하면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산의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항구도시 케이프타운의 시내와 푸른 대서양에 면하고 있는 테이블 베이, 워터프런트 항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케이프타운의 중심가는, 산을 등지고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둥근 그릇처럼 생겼다고 해서 ‘시티 볼(City Bowl)’이라 불린다. 케이프타운의 거리 가운데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거리는 롱 스트리트이다.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거리다. 롱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19세기의 아름다운 빅토리아 시대의 건물, 레스토랑과 바, 작은 서점들, 그리고 배낭여행객의 숙소가 눈에 들어온다. 낮에는 롱 스트리트 주변에 형성된 작은 시장에서 다양한 아프리카 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고, 저녁에는 바에 앉아 한 잔의 맥주를 즐기면서 하루 여행을 정리하기 좋은 곳이다.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

이기중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가 ‘이기중 교수의 아프리카 로망’을 격주로 연재한다. 이 교수는 해외 문화를 깊이 있게 바라보는 학자이며 여행자다. 서강대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템플대에서 영화와 영상인류학을 전공했다. ‘떠나는 학자’로 불리는 이 교수는 그간 ‘동유럽에서 보헤미안을 만나다’ ‘북유럽 백야여행’ ‘유럽 맥주 견문록’ 등 많은 해외 여행서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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