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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서] ‘컬처 코드’ (클로테르 라파이유 지음) 박상훈 아이디병원 대표원장

입력 : 2010-01-26 20:19:49 수정 : 2010-01-26 20: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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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술 등 13가지 ‘컬처코드’ 설명
환자들의 마음 이해하는데 큰 도움
사람의 ‘코드를 이해하는 것’은 코드를 맞추는 것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다.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생각하면, 환자들의 코드를 이해하고 맞추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가 자신이 발견한 컬처코드에 대해 13가지로 나눠 설명한 책이다. 음식과 술, 아름다움과 비만, 직업과 돈 등에 대해 각각 설명하는데 저자의 통찰력이 대단하다.

책에서 말하는 ‘코드’는 우리가 속한 문화를 통해 일정한 대상에게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를 말한다. 같은 것을 보고도 문화권에 따라 다른 이해가 생기는 것인데 책에서는 흥미로운 예시가 등장한다.

성형외과의사로서 아름다움에 관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프랑스 여자들은 화장을 하는 데 두 시간이 걸린다는 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화장을 안 한 것처럼 보이려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화장대에 앉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선호하고 성형수술을 많이 하지만 티 나지 않게 하려는 노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컬처코드는 저자에게 중요한 단어가 됐다. 직업상 매일 환자들과 상담하는 일로 하루가 시작되는데, 수술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과정이다.

그러나 매일 하는 상담이라도 고민 많은 환자를 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인생을 완전히 바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환자를 대할 때마다 이건 얼굴만 바꿔서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 필자의 분야는 ‘얼굴뼈 성형’이어서 환자가 어떤 문제를 느끼고 변화를 원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환자는 “얼굴이 길어서 싫다”고 말할 뿐이지만 그 속에는 ‘얼굴이 길어서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고, 그러다 보니 소극적인 성격을 갖게 됐고, 취직도 어렵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다 보면 원하는 것은 ‘얼굴이 예뻐지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모습을 찾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어 취직도 하고 연애도 하고 나도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 상황을 모두 이해해야만 환자가 원하는 변화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환자가 원하는 것이 단순히 예뻐지는 것이 아닌 ‘자신감’ 회복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환자의 ‘코드’를 이해하고 그것을 배려해야 성공적인 수술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환자의 코드를 이해할 때 마음을 얻게 되고 신뢰를 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서로의 마음이 오가는 것이니 정해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컬처코드는 어떻게 환자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 매번 고민할 때 해결책이 돼준 책이다. 컬처코드를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코드를 알면 알 수 있다’는 짧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법하다.

컬처코드란 것이 무의식 안에 각인돼 있어서 찾아내기 힘든데, 실생활에서 적용해서 코드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성형 상담을 통해 환자들의 코드를 찾아내는 일에 적용해 가면서 책을 읽을 때보다 더 많은 배움의 시작이 됐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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