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엔드리치 지음/김홍식 옮김/21세기북스/3만5000원 |
골드만삭스는 1999년 기업 공개를 하기 이전까지 근 140년간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비상장 합자회사가 누리는 특권으로 회사의 자금 흐름과 사업 내역을 대외에 비공개로 일관했다. 유한합자회사(private partnership)로 말 그대로 사금융이라는 점에서다. 오랫동안 대외적으로 폐쇄적인 회사였던 만큼 금융계 밖의 사람들은 이 회사에 대해 알아볼 방도가 거의 없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매니저로 20여년간 근무한 뒤 지금은 금융 컨설턴트로 독립한 리사 엔드리치는 이 책에서 골드만삭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리사는 트레이딩 부분에서 20여년을 일한 베테랑 금융인이다.
“골드만삭스가 사원들에게 보여준 신뢰와 믿음은 의욕을 분출시키는 분화구요 골드만삭스의 최대 강점입니다. 이를 밑거름으로 사원들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 게 골드만삭스가 미국 금융계 거물로 큰 이유일 겁니다.”
“도이체방크의 ‘뱅커스 트러스트’가 사실상 새로운 리스크 관리의 선두주자였으나 후발 주자인 골드만삭스는 시장의 마음을 빼앗는 식으로 고객에게 접근했습니다.”
◇1880년대 금융업자 마커스 골드만(오른쪽)은 21세기 가장 성공적인 금융회사로 키워냈다. 새뮤얼 삭스(왼쪽)는 1882년 장인이 세운 회사에 들어가 창립자의 일원이 되었다. |
골드만삭스는 지난 20년간 금융시장에서의 변화와 리스크에 대한 새로운 접근에 가장 민감했다는 것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스와프, 파생상품, 상품 간의 도합, 때로는 리스크를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가는 것 등이었고, 이로 인해 미국 금융시장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 쉽게 말해 돈놀이가 매우 기술적이고 다양한 쪽으로 진화했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가 개발한 재미있는 사실은 그들만이 풀어낼 수 있는 금융공학을 개발해냈다는 점이다.
본문에서 리사는 1987년 쯤 금융상품의 혁신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극단적 투기의 중심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강력한 계급제를 운영한다. 2만4000명의 직원이 1200명의 매니징 디렉터가 되기를 열망한다. 그리고 1200명은 300명의 파티시페이팅 메니징 디렉터가 되기를 원한다.
골드만삭스는 취업하기도 힘든 곳이다. 승진하기도 힘들다. 머물기도 힘든 직장이다. 그러나 가장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투자한다.
“전 세계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대단한 위험에 투자해 돈을 벌어들인다는 점입니다. 가장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곳이죠.”
리사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골드만삭스의 투자가 금융위기로 흔들리는 미국 사회에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경제 혼란으로 국가적 위기에 도달함에 따라 헤지펀드와 투자은행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승욱 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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