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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전시] 재미작가 임충섭 개인전

입력 : 2010-05-25 18:44:28 수정 : 2010-05-25 18: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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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비친 달도 달이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미작가 임충섭(69)이 4년 만에 서울에서 대규모 개인전(30일까지 학고재)을 열고 있다. 사각의 캔버스에서의 과감한 탈출, 동·서양의 다양한 재료의 사용, 그리고 비디오 영상 작업등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다. 

◇월인천강
이번 전시에선 신작 ‘월인천강(月印千江)’을 선보이고 있다. 비디오, 사운드, 물과 물고기를 이용한 설치 작품이다. 달을 통해 동양적 감수성을 잘 풀어 내고 있다는 평가다. ‘월인천강’은 원래 불교의 교리로, 직역하면 ‘달이 천 개의 강을 비춘다’라는 뜻이다. 달빛이 천 개, 즉 모든 강을 비추듯 부처님의 은덕이 모든 백성에게 비춘다는 의미다. 이는 곧 부처님은 한 분 이지만, 그 은혜는 마음속에 부처를 담은 모든 이에게 있다는 것이다. ‘월인천강’에 대한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대화는 성리학의 이기론(理氣論)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논쟁 중 하나이다. “물에 비친 달도 달이다.” “물에 비친 달은 달이 아니다.”를 놓고 조선의 두 철학자는 실재와 허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임충섭은 자신의 ‘월인천강’을 두고 “물에 비친 달 또한 달이다”라고 주장한 “이황 이론이 승리”라고 말했다. 이는 곧 실재와 허상이 분리되는 것이 아닌 하나라는 의미이다. 임충섭은 조선의 철학자 이황이 이미 16세기에, 오늘날 현대 미술이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앞선 고민과 답변을 모색 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서구의 이론을 연구하고 응용하는데 반해 임충섭은 ‘월인천강’에서 조선의 철학자 이황의 이론을 빌어 자연의 진리인 순환과 순리를 거슬러 폭력적으로 변질된 서구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비판한다. 임충섭은 이처럼 서양의 중심에서 오랜 시간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양의 정신성을 이어온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정지영 학고재 큐레이터
그는 이번 전시에서 설치, 부조, 페인팅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두루미 두루마기’, ‘채식주의자Ⅲ’, ‘자기(磁器)’는 구체적 사물들을 여러 차례 드로잉하는 과정을 거쳐 변형하고 추상화한 이미지를 동서양의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 제작한 부조 작품이다. 작가의 유년시절의 기억과 한국의 미, 불심 등 우리 민족의 사상과 정서가 녹아 있다. ‘오름·내림’은 한국의 전통 ‘베짜기’가 연상되는 작품이다. 명주실은 단절과 소통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오브제로 임충섭이 즐겨 사용하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건축물을 떠올리게 해 문명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자신만의 풍경언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풍경’연작, 문명 속 자연의 모습을 아상블라주(assemblage)기법으로 12개의 상자에 담은 ‘Sky@.com’ 연작 등이 있다.

임충섭의 작품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스미소니언 허쉬혼 뮤지엄,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이태리의 그래픽 미술관, 오슬로의 헤니 온슈타드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정지영 학고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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