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자. 시속 100km로 철도를 질주하는 기관사라고 가정해보자. 저 앞에 인부 5명이 철로에 서 있다. 열차를 멈추려 했지만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는다. 이때 오른쪽에 있는 비상철도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1명뿐이다. 열차를 비상 철도로 돌리면 1명이 죽는 대신 5명은 살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대다수 사람은 1명을 희생해 5명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1980년부터 30년간 정치철학을 강의하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저서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이 책은 20여년간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샌델 교수의 강의 제목 ’정의(Justice)’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센델 교수는 실제 수업에서 누구나 빠지는 도덕적 딜레마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가를 흥미롭고 도발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하버드 정치철학과 교수 마커스 밀러는 “이런 강의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질문 공세 속에서 도덕적 딜레마를 깊이 고민하도록 하는 수업은 흔치않다. 학생들은 열정적인 토론의 주인으로 참여한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수업은 처음이다”고 격찬했다.
샌델은 “도덕적 사고란 혼자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대화를 통해 노력해서 얻는 것이다. 자기 성찰만으로는 정의의 의미나 최선의 삶의 방식을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샌델은 ‘최대 행복 원칙은 무엇인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유하는가’, ‘대리인 고용하기’, ‘중요한 것은 동기다’ 등 10개 강의 제목을 설정한다. 이를 통해 추상적이어서 어렵게만 느껴졌던 정치철학의 중요한 개념들을 실제 사실들과 연관시켜 명쾌하게 설명한다. 재치가 번뜩이는 사례와 저자의 명석한 설명이 돋보인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존 스튜어트 밀 등의 견해를 흥미롭게 다루면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민하도록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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