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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 것인가” 재치 번뜩이는 강의

입력 : 2010-05-28 17:39:26 수정 : 2010-05-28 17: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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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센더스 지음/ 이창신 옮김/김영사/1만5000원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에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의 군사작전이 정점이었던 2005년 6월쯤, 미 해군 정찰대 소속 미군 4명은 정찰 임무를 수행하다 염소를 몰고 가는 아프간 농민 2명과 14살가량의 남자아이를 만났다. 정찰대장 마이클 중사는 고민했다. 민간인으로 보였지만 이들을 놓아주면 미군의 소재를 탈레반에게 알려줄 위험이 컸다. 부사관 센더스 하사와 고민하던 마이클은 이들을 풀어주고 주변을 재빨리 벗어났다. 그로부터 한 시간 반쯤 지나 미군 4명은 무장한 탈레반 요원들에게 포위됐고 이 중 3명이 사살됐다. 가까스로 사지에서 탈출한 센더스 하사는 곧바로 본부에 구출 작전을 요청했다. 이후 구출작전에 나선 해군 정찰대 16명도 탈레반 손에 죽었다. 인간사에서 살다보면 이들 미군처럼 운명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은 그렇게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처한 딜레마를 고민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도덕적 행위를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자. 시속 100km로 철도를 질주하는 기관사라고 가정해보자. 저 앞에 인부 5명이 철로에 서 있다. 열차를 멈추려 했지만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는다. 이때 오른쪽에 있는 비상철도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1명뿐이다. 열차를 비상 철도로 돌리면 1명이 죽는 대신 5명은 살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대다수 사람은 1명을 희생해 5명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1980년부터 30년간 정치철학을 강의하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저서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이 책은 20여년간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샌델 교수의 강의 제목 ’정의(Justice)’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센델 교수는 실제 수업에서 누구나 빠지는 도덕적 딜레마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가를 흥미롭고 도발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하버드 정치철학과 교수 마커스 밀러는 “이런 강의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질문 공세 속에서 도덕적 딜레마를 깊이 고민하도록 하는 수업은 흔치않다. 학생들은 열정적인 토론의 주인으로 참여한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수업은 처음이다”고 격찬했다.

샌델은 “도덕적 사고란 혼자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대화를 통해 노력해서 얻는 것이다. 자기 성찰만으로는 정의의 의미나 최선의 삶의 방식을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샌델은 ‘최대 행복 원칙은 무엇인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유하는가’, ‘대리인 고용하기’, ‘중요한 것은 동기다’ 등 10개 강의 제목을 설정한다. 이를 통해 추상적이어서 어렵게만 느껴졌던 정치철학의 중요한 개념들을 실제 사실들과 연관시켜 명쾌하게 설명한다. 재치가 번뜩이는 사례와 저자의 명석한 설명이 돋보인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존 스튜어트 밀 등의 견해를 흥미롭게 다루면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민하도록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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