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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국을 진창에 빠트리게 하는가

입력 : 2010-07-09 22:42:42 수정 : 2010-07-09 22: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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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세계화 운동가의 신랄한 비판
“신자유주의 미국은 특히 부시 정권 하에서 두 개의 다리로 움직였다. 하나는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이었다. 이 두 가지가 초래하는 끔찍한 결과는 앞으로 수십 년간 나타날 것이다. ‘ 가장 위험한 거짓말 경연’은 이라크와 기후변화를 놓고 벌인 대결이었다. 그중에서도 기후변화는 훨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 세계는 더 많은 질병과 기아 그리고 대량 이민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점점 미국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 정의를 주장하는 미국적 가치와 이상을 단 몇십 년 만에 진창에 빠지게 한 이들은 누구인가.”

하이재킹 아메리카-미국 우파는 미국인의 사고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나/수전 조지 지음/김용규·이효석 옮김/산지니/1만8000원

수전 조지 지음/김용규·이효석 옮김/산지니/1만8000원
미국의 반세계화 운동가이자 작가인 수전 조지는 이 책에서 골병들고 있는 미국의 속살을 신랄히 파헤치고 있다. 책을 통해 수전은 이라크 전쟁을 치르면서 보여준 백악관을 중심으로 한 엘리트 집단의 조작과, 특히 기후변화 대처에 반대하는 미국의 행태를 꼬집고 있다. 이라크를 침략함으로써 야기된 인간의 고통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 전쟁으로 테러조직이 오히려 기세를 올리고 핵무기까지 손에 넣었다는 것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이에 더해 기후변화에 대한 무방비는 상상할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가져다줄 것이다. 우림지역에는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이며, 건조지대에는 심한 가뭄이 닥칠 것이다. 매년 2억5000만명이 추가로 기아에 허덕일 것이며, 매년 5000만명의 기후 피난민들이 생겨날 것이다.

수백명의 과학자가 증거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해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에 제출한 2007년 보고서는 지구 재앙의 전조이다. 이 보고서가 출판을 기다리는 사이 정치가들이 달려들었다. 보고서를 재단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그 최선봉에 서서 가위를 번쩍이며 등장했다. 2007년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한 과학자는 각국 정부의 요구로 내용이 삭제되고 변질됐다고 고백했다. 각색의 배경에는 백악관과 비밀 끈이 연결된 석유회사들이 도사리고 있다.

예컨대 2006년 엑슨모빌은 40조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냈다. 엑슨모빌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 사실과는 다르다고 떠드는 여론(언론매체)을 비교적 싼값에 사고 있다. 명예로운 교수나 연구자 등 이른바 ‘사기꾼’ 전문가를 고용하는데도 아주 싸다. 1998년부터 2005년 사이에 엑슨은 지구온난화 연구에 혼란을 초래하기 위해 43개 반환경단체에 겨우 1600만달러만 썼다. 엑슨의 기준에서 이 액수는 쥐꼬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기후와 관련된 행동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이런 배경에는 미국적 가치는 팽개친 채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세력이 버티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세계적인 언어학자이자 철학자로 매사추세츠 공대(MIT)에 재직 중인 놈 촘스키는 유대인으로는 드물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비판하는 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반 이스라엘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저자는 “모두가 알다시피 이라크 침략이나 기후변화 대처에 대한 백악관의 반발은 1980년대 이후 신보수주의 정치세력과 신자유주의 자본세력, 우파 종교계가 연합해 미국 사회의 보수화를 이끌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들은 미국적 가치를 부정하고 현실을 외면한 채 오로지 그들만의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비판한다.

이들 가운데 선봉은 부시 정부 하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우파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다. 물밑에서 조용하게 미국인들에게 신보수주의 사상을 끊임없이 주입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재단들도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 확산을 거들고 있다. 브래들리, 올린, 스미스-리처드슨과 같은 보수 성향의 재단들이 각종 연구소와 기관 등에 대규모 후원금을 지원한 사례는 누구나 알고 있다. ‘문명의 충돌’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도 보수재단의 후원금을 받았다.

미국에서 기독교 근본주의, 다시 말해 ‘이스라엘주의 또는 시오니즘’과 결합된 우파는 네 가지 M을 무기로 한다. 돈(money), 미디어(media), 마케팅(marketing), 경영(management)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자유무역, 민영화, 시장지배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내세우며 권력에로의 접근을 추구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소수 엘리트 계층과 거대은행, 다국적기업의 이익에 절대적 요소이다.

그렇다면 미국 사회는 다시 균형을 되찾을 희망이 있을까. 저자는 ‘아니다’고 단언한다. 2009년 1월 백악관을 떠난 부시 행정부 이후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섰지만 미국 사회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그들이 기반으로 하는 정치문화는 여야 간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같은 문제는 정권 교체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내 기독교 우파와 이스라엘주의자들은 돈과 권력으로 미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최근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에 나선 다국적 NGO들이 가자지구에 진입하려다 이스라엘 특공대에 의해 강제 진압됐으나, 미국 상원은 친이스라엘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의 이익 앞에서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차이가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유대인 지식인으로 진보 성향인 놈 촘스키(82)는 서평에서 “수전 조지는 방대한 정보를 샅샅이 뒤져 미국을 하이재킹한 세력들을 연구하여 여실히 폭로하고 있다”며 “불온하면서도 강력한 그 세력의 영향력은 비단 미국에만 한정되지않는다. 그들을 물리치지 않는 한 우리는 문명화된 세계를 꿈꿀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승욱 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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