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싯-출구(강현우 지음, 계간문예, 1만원)=시인이자 소설가 강현우씨가 14년 만에 자신의 두 번째 소설집 ‘엑싯-출구’를 펴냈다. 1987년 시집 ‘부서지는 햇살을 줍는 너에게’를 낸 시인 강현우씨는 1994년 ‘예술세계’에 소설 ‘뿔피리’로 발표하며 등단했고 1997년 펴낸 첫 소설집 ‘푸른 꽃 붉은 잎’으로 1998년 순수문학상을 받았다. 9개의 작품이 담긴 소설집 ‘엑싯-출구’은 대체로 비극적인 환경 때문에 늪처럼 함몰돼 있던 인물들이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아가거나 모색하는 모습을 그린다. 표제작 ‘엣실-출구’에서는 어머니의 개가로 방황하게 된 연의가 이태원에서 만난 미군 병사 대니얼을 찾아 미국을 여행하면서 인생의 출구를 찾아간다. ‘미니어처빌딩’의 학교 서무실 주사인 ‘나’, ‘묵직한 삶을 위하여’의 남편에 배신당한 딸, ‘꽃샘바람’의 진욱에게 배신당한 정선 등도 인생의 미로에 빠졌다가 출구를 찾아나선 인물들. 마지막에 수록된 ‘만삭’은 8년 동안 미국에 체류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의 애환을 리얼하게 그려 눈길을 끈다.
■삼국지의 세계(김문경 지음, 송완범·신현승·전성곤 옮김, 사람의 무늬, 2만5000원)=고대 중국 대륙을 삼분하며 쟁패한 시대를 배경으로, 위와 촉에 눌린 오의 복권을 시도한 책이다. 재일교포 인문학자로 일본 명문 교토대학의 인문과학연구소장을 지낸 김 교수의 역작. 오의 주인 손권이야말로 삼국시대를 연출하고 캐스팅 보트를 쥔 숨은 주역이다. 황제에 즉위한 손권은 촉의 제갈공명에게 이제병존(二帝幷尊), 즉 두 황제가 대등한 지위에서 동맹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전통적인 중국의 세계관에서 황제는 오직 한 명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손권이야말로 노회한 현실주의자다.
■피동형 기자들(김지영 지음, 효형출판, 1만3000원)=30년간 일간지 기자로 근무한 김지영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위원은 기자들의 문체를 꼬집는다. 신문 문장의 피동형 표현 등 신문기사의 오염 실태를 파헤쳤다. 저자는 “피동문 기사에서는 글을 쓴 행동주체인 기자가 잠적한다. (중략) 이로써 자연히 글의 책임성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책임성이 적다 보니 객관성을 지닌 글로 오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은 어법을 어기면서 기자의 의견을 일반화·객관화하는 오류를 범하기에 객관보도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신문 방송은 국민에게 매일의 국어 교과서라며 언론계와 정부 학계 등이 협력 체제를 갖추고 공공 언어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찰스 다윈 서간집(찰스 다윈 지음, 김학영 옮김, 살림, 2만5000원)=“그 책은 분명히 모든 동물들의 기원에 대해 궁금하게 여기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선사할 것입니다.” 영국의 자연사학자 찰스 다윈(1809∼1882)이 진화론을 다룬 기념비적 저서 ‘종의 기원’의 출간을 앞둔 1859년 4월2일 출판업자인 존 머레이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종의 기원이 출간된 1859년을 기점으로 기원편과 진화편으로 나뉘어, 비글호 항해로부터 종의 기원 탄생에 이르기까지, 종의 기원 출간 후 뜨거운 논쟁의 기록을 담았다.
■춘추전국의 영웅들 전3권(신동준 지음, 한길사, 1만3000원)=춘추전국시대와 관련한 제자백가서와 사서의 기록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인물 16명을 선별해 이들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주나라가 낙양으로 도읍을 옮긴 이후 500여년을 이끌던 왕들과 이들을 도운 현명한 재상들의 이상과 사상, 전략과 리더십 등을 분석했다.
■얼굴,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벵자맹 주아노 지음, 신혜연 옮김, 21세기북스, 1만4000원)=한국에 체류하는 프랑스 문화인류학자의 저서다. 관상학과 골상학이 주류를 이루었던 우리 사회에 얼굴에 대한 현실적 상상력을 불어넣고 있다. 저자는 “얼굴은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일 뿐 아니라 새로운 이미지의 바탕이 되며, 모든 사회에서 발견되고 또 수많은 제도와 유행, 사상 등에 그 형태를 부여하는 위대한 인간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거인과 카멜레온(제인 미들턴-모즈 지음, 유우정 옮김, 이매진, 1만원)=심리상담사인 저자가 자존감 없는 어른을 만드는 수치심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선뜻 드러내놓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수치심’이란 감정의 정체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우리를 괴롭히는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형성되는 원인으로 우리가 나고 자란 가정을 지목한다. 일관성 없이 애정과 분노를 쏟아내는 가정, 아이가 혼자 힘으로 서지 못하도록 과잉보호하는 가정, 이웃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언제나 완벽할 것을 강요하는 가정 등 수치심을 유발하는 가정의 몇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전자파가 내 몸을 망친다(앤 루이스 기틀먼 지음, 윤동구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1만3000원)=전자파와 전자공해의 악영향을 보여준다. 휴대전화를 알람시계로 쓰지 않기, 무선전화기를 유선전화기로 바꾸기, 사용하지 않는 인터넷 무선공유기 꺼두기, 노트북을 무릎에 올려놓지 않기 등 전자파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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