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뒤 눈 간지럽고 뻑뻑하면 헤르페스 의심을

헤르페스 바이러스 눈에 침투하면
각막염·결막염… 심하면 시력장애

김현희(34·여·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최근 터키로 5박6일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빡빡한 스케줄과 장거리 비행으로 피로가 쌓였다. 일상으로 복귀한 지 4일 정도 지나 눈꺼풀이 붓고 욱신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심해졌다. 충혈증세가 나타나고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눈 안에 이물질이 느껴졌다. 그녀는 단순한 눈병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지만 뜻밖에도 ‘헤르페스 결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피로가 누적돼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눈에 침투한 것이다. 흔히 헤르페스라고 하면 성병(性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면역기능이 떨어진 틈을 타 눈뿐 아니라 입 주변, 잇몸, 손 등 다양한 부위에 감염될 수 있다. 휴가를 다녀온 뒤 면역력이 저하돼 생길 수 있는 주요한 안과질환 가운데 하나다.

휴가를 다녀온 뒤 눈이 간지럽고 뻑뻑하다면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각·결막염은 무리한 일정으로 피로해 면역력이 떨어질 때 생기는 주요한 안과질환 가운데 하나다.

 ◆면역력 저하된 상태에서 각막·결막 감염시켜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해 단순한 접촉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피부에 감염되면 물집이나 포진이 생기지만, 눈에 침투하면 각막염이나 결막염으로 이어진다. 휴가에 돌아온 뒤 부쩍 눈이 간지럽고 뻑뻑하다면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처음에는 눈 주변이 간지럽고 눈꺼풀이나 점막에 작은 염증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한 눈병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이 뻑뻑해지고 눈물이 자주 흐르는 증상이 더해진다. 사물을 바라볼 때 눈이 부셔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각막에 파고들면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거나 각막에 구멍이 생겨 시력에 문제를 일으킨다. 주로 망막과 각막에 감염되지만 결막, 눈꺼풀, 포도막 등에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항바이러스제 투여하고 충분한 휴식이 필수

헤르페스 각·결막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하게 하는 항바이러스 치료가 필요하다. 항바이러스제를 환자의 눈에 국소적으로 사용하거나 정맥주사, 경구약 등을 통해 투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치료법 외에도 생활 속에서 신체기능과 면역력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평소 수건을 따로 쓰는 등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활동을 멈추어도 각결막염이 진행될 수도 있다.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최태훈 원장은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 입자가 각막에 남아 변역반응을 일으켜 면역성 각막염을 일으키기도 한다”며 “이러한 경우 항바이러스제와 스테로이드 제제를 동시에 사용해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치료도 바이러스의 활동을 멈추게 할 뿐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통계상으로 전체 헤르페스 각결막염 환자의 약 30% 이상이 2년 내에 재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평소에는 신경에 숨어 있다 피로가 누적되고 열이 나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슬그머니 활동하기 시작한다. 헤르페스 각·결막염이 반복적으로 재발하거나 면역성 각막염이 생기면 각막혼탁이 발생해 영구적인 시력장애가 남을 수 있다. 심한 경우 각막이식이 필요하며 수술 후에도 신경 내에 잠복하고 있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또다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각막이식 후에는 수년 동안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박태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