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가수다’의 새 맴버로 등장해 화제를 모은 로커 K씨는 한 동안 음악과 방송 활동이 뜸했던 이유 중 하나로 성대결절과 희귀병 등을 들었다. 송곳 같은 그의 샤우팅은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절대 무기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목에는 심한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던 것. 특히 라이브 무대가 대세인 요즘, 가수들에게 있어 성대결절은 이미 흔한 질환이 됐다.
이처럼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는 편안함과 때론 슬픔, 기쁨, 속 시원함 등의 카타르시스를 전하지만 정작 그 음악을 생산하는 사람은 여러가지 질환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비단 목소리를 내는 가수나 성악가뿐만이 아니다. 아름다운 선율을 빚어내는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도 다양한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전통 음악과 클래식 음악에서 많이 쓰이는 현악기를 다루는 연주자의 경우에는 어깨·무릎·손목·팔꿈치 등의 관절을 지속적으로 쓰게 됨으로써 관절통증이나 관절염 등의 이상을 불러 오는 경우가 있다.
거문고 연주자 이미영(女·35)씨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종일 앉아 구부린 채로 거문고를 연주하는 탓에 요즘 무릎이 시리고 저리는 통증을 느끼고 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수시로 자세를 바꿔 관절을 풀어주거나 휴식을 취해보기도 하지만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을 때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아 밤마다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도 관절 이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피아노의 경우에는 우선 목과 등이 건반에 기울게 되는데 이 자세를 쉬지 않고 1시간 이상 지속할 경우 목과 어깨 관절이 뻐근하고 쑤시는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계속해서 건반 위에 손을 얹어야 하기 때문에 손목과 팔꿈치에도 이상신호가 올 수 있다.
서울연세병원 관절센터 허만승 과장은 “건반이나 현악기를 장시간 다루다 보면 기본적으로 팔 근육을 무리하게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됨으로써 테니스·골프엘보우와 같은 질환이 찾아오기도 한다”며 “팔꿈치를 보면 안쪽과 바깥쪽에 뼈가 뾰족하게 만져지는 부위가 있는데, 바깥쪽이 아프면 테니스엘보우, 안쪽이 아프면 골프엘보우라고 하며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관절 부위를 지속적으로 많이 쓰는 주부나·연주자·요리사 등의 직업을 가진 젊은 사람들에게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악기를 연주하는 동안의 고정된 자세와 무거운 악기를 지탱하기 위해 무릎·손목 등의 관절에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무리는 연골의 퇴화를 앞당겨 퇴행성관절염이 오기 쉽다. 초기에는 무릎이 시큰거리고 뻣뻣한 정도여서 조금 쉬면 통증이 없어지지만 방치하면 연골이 계속 마모돼 조금만 걸어도 아프고 밤이 되면 통증이 심해져 잠을 이룰 수 없는 정도가 된다.
만약 통증이 지속된다면 관절내시경 수술을 고려해 볼만하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초소형 카메라와 초소형 레이저 수술기구가 들어있는 가는 관을 어깨관절이나 무릎관절·손목관절내부로 삽입해 환부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이다.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라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회복 기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허 과장은 “관절질환은 보통 나이가 들어야 찾아오는 질환으로 여기기 쉬워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림으로써 더 큰 통증에 시달릴 수 있는 만큼, 조기에 통증의 정도를 세심하게 관찰해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도움말 = 서울연세병원 관절센터 허만승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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