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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미술교구 ‘오선투시도형’ 만든 김동철·반미령 부부

입력 : 2011-11-02 11:14:20 수정 : 2011-11-02 11: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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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교육도 성장시기 중요… 직접 공간 느껴야 독창성 커져”
강과 바다의 풍경속에 이상향의 공간을 풀어 놓은 김동철 작가와 끝을 알 수 없는 창 너머의 환상적 풍경속에 삶의 사색이 노닐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 내는 반미령 작가. 두 사람은 나름의 공간창출로 한국 화단에서 탄탄히 입지를 굳힌 1965년생 동갑내기 부부 작가다. 두 사람은 요즘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교육대와 사범대 교수들, 예술고등학교와 미술학원 교사들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개발한 미술교구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이다.

그림으로 먹고사는 전업작가지만 미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술교육에 대한 관심을 외면할 수도 없는 처지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부름에 응하고 있다. 미술계의 풍요로움은 미술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더욱 그렇다.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작가, 컬렉터, 화상들은 그렇게 탄생된다는 확신에서다.

부부가 개발한 교구는 오선투시도형이다. 투명하게 만든 기하도형이다. 가려져 보이지 않는 선을 보여주는 오!선교육이라는 뜻에서 오선교육이라 명명했다.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의 화가 세잔은 대상을 구, 원기둥, 원뿔 등 기하학적 형태로 파악하여 그림을 그렸고, 요즘도 여전히 현대의 건축이나 디자인 회화 등에서 대상을 파악하는 중요한 방법이지요. 처음 미술을 시작할 때 대부분은 석고로 된 기하도형을 그리거나 형태가 단순한 정물을 그리는데 이것은 사물의 구조와 양감을 공부하기 위한 것입니다. 실내에서 정물화를 그릴 때 또한 별반 다르지 않으며 개별적으로 본 물건을 한 화면에서 조합하여 그립니다. 스케치할 때 물체 세로의 선은 투시원근법의 1점 소실법과 2점 소실법처럼 수직으로 그리는데 1, 2점 소실법은 눈높이에서 수평으로 본다는 가정아래 그리는 방법으로 공간의 깊이나 물체의 개별적 양감표현에는 적절하나 높이에 따른 원근의 차이를 표현하기에는 적절치가 않습니다.”

실제로 현행 입시미술에서 정물을 그리기도 하지만 큰 물체를 그려야 하기도 한다. 상상하여 거대한 구조물과 공간을 그리기도 하고, 때론 내려다보거나 올려다본 상황을 그려야 하기도 한다. 이때 그리려는 대상과 공간은 1, 2점 소실법으로는 그릴 수가 수가 없다. 3점 소실법과 시점과 시선의 방향을 공부해야 공간의 깊이, 높이와 넓이를 표현할 수 있다.

“오선 투시 교구는 기하도형을 투명하게 만들어 보는 위치에 따라 변하는 기하도형의 원과 사각형의 변화를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평면에 그려야 하는 3차원의 공간구조와 입체구조를 학생이 직접 확인하면서 보고 그려, 3점 소실법을 쉽게 익힐 수 있는 교구입니다.” 자가 길이를 재는 도구라면 오선 투시도형은 형태를 재는 도구인 셈이다.

6개의 투시 정사각형으로 ‘오선 정육면체’ 미술교구를 만든 김동철 반미령 부부 작가. 두 사람은 미술학도들이 자신들이 만든 교구로 공간의 자유로운 상상여행을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부가 오선 투시도형을 만든 것은 미대입시를 준비 중인 딸아이가 계기가 됐다. “한번은 딸아이가 학원에서 그린 그림을 가져와 볼 기회가 있었는데 사진을 보고 소묘수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편리함에서 그렇게 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지요. 성장 시기에 따라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다르듯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시기의 인지 발달 과정이 다르고 시기에 따라 1, 2, 3…. 숫자를 알려주어야 하는 때가 있고 구구셈을 알려주는 시기가 있습니다. 미술 또한 성장의 시기에 따라 중요한 사람을 크게 그리는 시기가 있고 앞의 사람을 크게 그리는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마다 교육해야 할 것이 따로 있습니다.”

게다가 부부는 대학 가서 제대로 배우면 된다는 무책임한 소리들에 화가 났다. “공간감을 익히는 데는 다 때가 있습니다. 소묘는 단색의 재료로 대상을 평면에 그리는 것인데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은 공간과 평면 사이의 체험을 빠뜨리는 것입니다. 평면을 평면에 옮기는 것은 개인의 독창적 표현 영역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입니다. 공간과 평면 사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평면에 그리는 것이달라집니다. 공간의 구조를 직접 보고 그리며 쉽게 이해하고 공부하기 위해 만든 것이 오선 투시도형입니다.”

부부는 일선 미술교육현장에서 제대로 된 교구 사용이 절실하다는 생각에서 오선 투시도형을 특허 출원, 국제 PCT 출원, 9개의 디자인등록까지 마쳤다.

“관찰한 것은 그 주체에 따라 소설이 되기도 하며 시, 영화, 무용이 되기도 하고 그림이 되기도 합니다. 관찰의 시각은 주관적이어야 하지요. 그러나 주관적 사실이 소통할 수 있기 위해서 그려진 그림은 화가나 관찰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작가의 독자적 표현성을 객관화로 획일화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3차원 공간의 대상을 2차원인 평면으로 옮기는 것에 한정된 것이고 독창적 표현은 그 후 감성과 의도에 따라 행한다면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지요. 우리는 베토벤의 음악에 빠져들곤 합니다. 그는 말년에 귀는 들리지 않았지만 작곡법이라는 형식이 있었기에 그의 머릿속에 있던 형태가 악보로 옮겨졌고, 그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는 음악을 듣고 상상합니다. 우리가 음악을 듣는 여러 과정에는 악보로 옮겨지는 법이 있고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법이 있습니다. 음악에서의 오랜 시간 동안 이러한 작곡법과 연주법이 있어 왔듯이 미술에서는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평면에 옮기는 체계적인 방법이 있는데 이것이 투시원근법입니다.”

투시원근법을 공부하기 위해 만든 것이 오선 투시 도형이다. “오선 투시도형을 그려 보면 처음에는 형태를 정확하게 그릴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던 뒷면의 구조를 이루는 선이 오른쪽 눈으로 봤을 때와 왼쪽 눈으로 봤을 때가 다르고, 가까이서 봤을 때와 멀리서 봤을 때, 즉 거리의 차이에 따라 형태가 다릅니다. 이것은 하나의 대상을 그리더라도 그 위치(대상과 시점의 방향과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 오선 투시도형을 그려봄으로써 눈 속에 공간과 형태의 자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려졌던 뒷면을 그려봄으로써 다른 건물이나 정물 등의 대상을 볼 때 뒷면과 내부의 구조를 상상하게 됩니다. 이것은 평면으로 보이던 눈앞의 세상이 공간속 입체로 보이게 합니다.”

미켈란젤로는 생전에 “내면에서 떠오른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도록 제시하지 않으면 착상 그것 자체로는 볼 수도,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러나 종이에 그려서 나타내면 눈으로 보아 그것에 대해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종이 위에 데생함으로써 머릿속에 계속해서 멋진 착상이 떠오르게 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김동철 반미령 부부 작가가 미술교구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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