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참사 4년을 하루 앞둔 9일 강추위 속에서 서울 한복판에 가설 울타리와 덧집에 둘러싸인 숭례문 복구 현장을 찾았다.
경복궁 뒤편 치목장에서는 신응수 대목장이 이끄는 목수들이 3.6m 길이의 대들보를 다듬는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신 대목장은 “날씨가 추워져 숭례문 현장에 나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목재를 다듬고 있는데 목공사는 5월쯤 완료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의 복구계획에 따르면 좌우 성곽 공사는 일제에 훼손되기 전 모습으로 6월 말 완료하고 문루 조립은 4월 말 끝난다. 이후 올 상반기에 문루의 기와 잇기, 단청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방재시스템 설치와 지반복원, 광장조성과 같은 주변정비 작업을 진행한다. 주변정비 작업 시 숭례문 지반은 조선 전기 원 지반 보존을 위해 애초 계획과 달리 현재 지반보다 약 30㎝ 내려가는 조선 중후기 지반으로 복원할 예정이다. 조선 전기의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흔적)를 관람하도록 유리판으로 별도의 전시 공간도 설치할 예정이다.
남은 작업 중 관심을 끄는 것은 손으로 빚은 전통 기와와 숯불로 뽑아내는 전통 철물, 손으로 가공한 석재, 천연 안료를 이용한 전통 단청이다. 숭례문 복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통재료와 전통방식의 재현에 맞춰져 있다. 숭례문 지붕에 쓰일 전통기와의 내동해성(耐冬害性) 등을 실험하기 위해 복구 현장 내에는 별도의 기와실험장을 두고 있다. 기와를 잇고 나면 사람으로 치면 화장에 해당하는 내·외부 단청작업이 진행된다. 뒤이어 현판 걸기, 문루 및 성곽의 경관 조명 작업이 추진된다. 이후 불꽃 및 열 감지기, 스프링클러 시스템 등의 방재시스템을 갖추면 복구공정이 끝난다.
정성을 다해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4주년을 하루 앞둔 9일 복구 현장에서 대목들이 목부재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공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논란이 되는 대목도 있다. 숭례문 인근에 추진 중인 화재 전시관 건립 문제.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예산을 얼마씩 부담하느냐를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문화재청은 중앙정부 3, 서울시 7의 비율을 주장하지만, 서울시는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문화재청은 화재 4주년인 10일을 지난해에 이어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하고 문화유산 방재 국제심포지엄과 중요 문화재에 대한 합동 소방훈련과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박태해·이현미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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