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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실험 워싱턴 모의 금융전쟁서 제시된 위험 요소들 예측대로 현실화
제임스 리카즈 지음/신승미 옮김/더난출판/2만원
커런시 워- 아직 끝나지 않은 통화전쟁/제임스 리카즈 지음/신승미 옮김/더난출판/2만원


미국 정부가 재무부 소관이던 달러 관리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검토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9년 하반기부터다. 그 즈음 군사정보학계 전문가 등 60여 명이 워싱턴 인근 응용물리연구소(APL)에 모였다.

전 세계 기축통화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모의 화폐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무기는 전함과 전투기, 미사일이 아니다. 통화, 주식, 채권, 파생상품, 국부펀드 등 금융 관련 무기만 사용됐다. 모의전쟁은 미국 달러화와 위안화, 유로화, 엔화 등이 환율 대결을 벌이는 과정에서 결과를 예측하고 교훈을 얻으려는 시도였다.

이 책의 저자 제임스 리카즈는 실제 이 모의전쟁을 기획하고 분석하는 데 참여한 금융전문가로서 모의 금융전쟁을 책으로 생중계했다. 중국 위안화의 급부상과 경제위기로 인한 유로화의 불투명성, 일본 경제 추락에 따른 엔화 하락의 여건에서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위기 상황을 설정한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실제 이 모의전쟁 이후 2년간 자신들이 예측했던 대로 주식과 금 모두 85% 이상 가격이 급등하자 매우 당황했다고 한다. 저자는 “현재 경제 상황은 1933년 4월 금 비축 및 보유 금지를 골자로 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대통령령 발표 이후, 1971년 8월 닉슨 대통령이 TV에 출연해 달러를 금으로 교환하는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신경제정책 발표 이후의 상황과 거의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실제로 1930년대에 실시된 달러의 평가절하 이후 곧바로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독일의 공격이 이어졌고, 1970년대에 단행된 달러의 평가절하 직후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시대가 시작된 전례가 있다. 저자는 2009년 미국은 1930년대나 1970년대와 유사한 세 번째 금융 위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향후 미 달러의 미래를 네가지로 예측한다. 우선 머지않아 기축통화 권좌에서 물러나 위안·엔·유로화 등 다수의 통화 대열에 합류하거나, SDR(IMF 특별인출화폐)에 종속된다. 또 금을 통해 다시 활기를 되찾거나, 혼란의 늪에 빠져 종말을 맞는다. 저자는 네 개의 시나리오 가운데 달러화가 다수의 주도 통화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을 가장 낮게 본다. 이는 부채와 적자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며, 다만 전형적인 통화전쟁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가운데 문제를 한 나라(미국)에서 다른 나라(중국 일본 유럽 등)로 옮기는 것 뿐이기 때문.

두 번째로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는 SDR에 종속되는 것인데 이 방안도 그저 국내 종이돈을 세계 종이돈으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오래 지속할 수 없는 방안이라는 것.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는 금을 통해 활기를 되찾는 방안인데, 저자는 이 방법이야말로 경제 안정을 회복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통에 집착하는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미 달러의 붕괴, 다시말해 가치 하락은 점차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대혼란으로 가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단기적 처방으로 표준화된 장내 거래를 제외하고는 파생상품을 일절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파생상품은 위험을 분산하기보다 위험을 증가 또는 전가시키는 위험 회피 수단에 불과하며, 건전한 대기업에도 불길을 번지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2009년 모의 금융전쟁에서 제시된 각종 위험요소들이 나날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목전에 닥친 붕괴를 피해갈 시간은 아직 있으나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개탄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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