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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3일 그룹 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행위에 경고를 보내고 소환에 불응한 핵심 관계자들에게 2차 소환을 통보했다. 이날 오후 서울 남대문로 CJ 본사 건물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
3일 대법원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이씨는 CJ그룹 재무2팀장이던 2007년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가장 큰 사업체는 그해 9월 설립한 엔에프디인베스트먼트홀딩스였다.
부동산 임대업과 투자개발을 목적으로 세운 이 회사는 자본금이 5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코스닥기업 A사 주식 70억여원어치를 사들일 정도로 자금 동원력이 뛰어났다.
당시 공시를 보면 엔에프디인베스트먼트는 A사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참여를 하겠다고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인수 직후인 2008년 1월부터 B사에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3개월 뒤인 4월엔 대주주 자리도 넘겨줬다. 당시 이씨는 이 주식거래를 통해 5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씨는 그러나 이 과정에서 투자 주체를 남모씨로 공시하는 등 자신의 신분을 감췄다.

이씨는 이 회장 부동산에도 손을 댔다. 이씨는 2007년 6월 썬앤아이투자개발이라는 회사를 차린 뒤 이듬해 2월 모 저축은행에서 인천시 강화군 석모도 땅을 담보로 42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땅은 이씨가 이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씨앤아이레저산업 명의로 사들였다.
석연치 않은 것은 CJ측 입장이다. 이씨가 사실상 이 회장 소유의 땅을 자신의 재산처럼 주무르고 있었지만 CJ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설명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우리가 1순위 채권자여서 대출 경위 등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던 2007년 9월 이씨는 썬앤아이투자개발을 이용해 필리핀 부동산 개발에 나섰다가 사기를 당해 수십억원을 날리기도 했다. 이씨가 필리핀 부동산 개발에 쓴 돈의 출처 역시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코스닥업체서 부동산 투자 시도
이씨는 살인청부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던 2011년 7월 썬앤아이투자개발 임원 염모씨와 함께 모 코스닥 업체 이사 진출을 시도했다. 이를 두고 당시 업계에서는 “이씨가 석모도 개발사업을 염두에 두고 코스닥업체 이사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주주총회에서 이씨와 염씨의 이사 선출 건을 부결해 버리는 바람에 뜻을 실현하지 못했다. 해당 코스닥업체는 “당시 일했던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아 구체적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씨가 CJ에 몸담고 있던 시절 벌인 개인 사업을 ‘부업’으로 봐야 할지 이 회장 차명재산 관리로 봐야 할지는 검찰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여러모로 석연찮은 게 사실”이라며 “과연 이씨라는 개인에게 수십억원의 자금 동원력이 있었는지가 가장 의문이다”고 말했다.
박현준·이희경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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