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제도가 시행되면 대출금리 산정이 한층 투명해지고, 금리 비교공시에 따라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가벼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 등과 협의해 불합리한 금리 관행을 대폭 손질하는 내용의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을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새로 마련된 모범규준은 대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운용 지침을 은행 내규에 반영하고, 목표이익률 등 주요 가산금리를 조정하거나 새로 만들 때 타당성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영업점장 전결금리는 가계대출에서 사라진다. 기업대출은 구체적인 부과기준에 따라야 한다.
은행별 대출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가계신용대출, 중소기업대출로 나눠 매월 은행연합회 홈페이지(www.kfb.or.kr)에 공시된다.
신용등급에 따라 가산금리가 달라지는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자가 금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금리 인하 요구권’이 은행 내규에 명시된다. 개인과 기업 등 대출자는 자기 신용등급에 견줘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면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은행은 개인 신용대출의 만기를 연장할 때 대출자의 승진, 이직, 소득 증가 등 신용도 개선 요인을 반영해 가산금리를 조정해야 한다.
변동금리대출의 금리 변경주기가 되면 대출자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알려야 한다. 이번 모범규준은 은행별 내규 개정을 거쳐 다음달부터 적용된다. 대출금리 비교공시는 전산시스템을 보완해 내년 1월 시작된다.
◆‘엿장수 맘대로’ 은행금리 실태
그동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자가 금리 인하를 체감하지 못한 데는 은행들의 불합리한 가산금리 체계가 한몫했다. 금감원이 모범규준 제정 과정에서 발견한 은행들의 대출금리 적용 사례를 보면 입이 벌어진다.
한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직장인 A씨는 지난해 7월 승진하면서 연봉이 20% 넘게 올랐다. 개인신용평가사는 A씨의 소득 증가를 반영해 신용등급을 두 단계 높였지만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그대로였다. 금감원은 “A씨의 경우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하면 금리를 낮출 수 있는데, 은행이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때는 금리인하 신청서와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제출하면 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B씨는 영업성과를 올리려는 은행 지점장의 욕심 때문에 피해를 봤다. B씨는 지난해 11월 대출 만기가 연장될 때 신용등급이 올라 대출금리도 낮아져야 했으나 이자수입 감소를 의식한 지점장은 전결금리를 높이는 ‘꼼수’를 썼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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