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매출총량제'
사감위, 건전화 대책은?
사행산업 확대로 정부의 당초 목적인 세수는 늘었지만, 도박중독자가 급증하는 등 사회적 부작용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부작용에도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사업자들은 전자카드 도입, 매출총량 준수 등과 같은 사행산업 건전화 조치는 등한시하고 있다. 사행산업 건전화에 따른 매출 하락은 곧 세수는 물론 기금 수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일 재정부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0년 과도한 사행심 유발과 도박중독자 양산을 막고자 사행산업 업종별 1회 베팅한도액(구매상한액·카지노 10만∼30만원, 나머지 업종 10만원) 확인이 가능한 전자카드를 시범 도입했다. 이용자가 현금을 이용할 경우, 한도액을 넘더라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자카드가 시범 도입된 지 3년째지만, 도입된 매장은 10곳 중 1곳에 불과할 정도로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현재 전자카드가 도입된 사업장은 경마·경륜·경정 매장 75곳(본장 7곳, 장외매장 68곳) 중 장외매장 7곳(9.3%)이 전부다. 전자카드가 전면 도입된 곳은 동대문 경륜 장외매장 단 1곳뿐이다.
전자카드 도입이 저조한 것은 관련업체들이 수입감소를 우려해 도입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 경륜 장외매장은 작년 8월 전자카드가 전면 도입되기 전 하루 평균매출액이 3억8200만원이었지만 도입된 후엔 1억7700만원으로 반 토막 났다. 전자카드와 현금의 병행 사용이 가능한 대구·인천 중앙·창원에 있는 경마 장외매장 3곳도 작년 10월 전자카드 도입 후 일평균 매출이 15%(약 2억원)가량 줄었다.
사감위는 사행산업의 지나친 성장을 막기 위해 사행성 게임 사업자를 대상으로 매출총량제를 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복권발행 주체인 정부나 사업자들은 사실상 이를 무시하고 있다. 복권은 2009년, 2011년, 지난해 매출 총량한도를 넘겼다. 초과액이 2009년 9억원이었지만 2011년 2759억원, 지난해엔 3101억원으로 급증했다. 정부마저 매출한도 준수 의지 없이 사행성 산업의 폐해를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토토는 2009∼2011년에 총매출 총량보다 1000억∼2000억원 더 팔았다. 강원랜드도 같은 기간 3년 연속 300억∼1500억원을 초과했다. 경륜도 2010년과 2011년 총량을 넘겼다.
정부나 사업자들이 매출총량 한도를 반복적으로 넘기더라도 제재 강도가 낮아 규제의 실효성도 없다. 매출액이 한도를 넘어서면 이듬해 매출총량 한도를 줄이거나 도박중독 치유 분담금을 증액하는 벌칙이 있다.
관련 부처와 사업자는 여전히 총량과 매장 확대에 몰두하고 있다. 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012년 복권 매출총량 한도를 3198억원 증액해 달라”고 사감위에 요청했다. 사감위는 지난달 “신상품 매출은 총량범위에서 조정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마사회도 경마 장외발매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2008년 사감위가 확정한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에 따르면 경마 장외매장은 32곳으로 제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이 제한을 풀어 ‘공원형 장외발매장’ 3곳의 추가 설치를 요청했다. 사감위는 건전화 노력이 부실하다며 결정을 유보했다.
◆사행산업 건전화 대책
사감위는 전자카드를 모든 사업장에 전면 도입하는 게 목표다. 다만 매출이나 조세, 기금 감소 등의 추이를 봐가며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사감위는 매출감소 보전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에 수립할 2014∼2018년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에 구체적인 전자카드 도입 로드맵도 넣을 계획이다. 또 매출총량 한도 미준수 업종의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이듬해 총량을 설정할 때 초과분의 100%만큼 삭감한다. 건전화 평가를 벌여 S, A 등급을 받으면 총량을 각각 7%, 4% 늘려주되 C, D등급을 받으면 각각 4%, 7% 깎는다.
사감위 관계자는 “과도한 사행심 유발과 도박중독자 양산 등 사행산업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전자카드 도입이나 총량 준수와 같은 건전화에 관련 부처와 사업자가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준·이귀전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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