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95조… 전년比 2조 감소
1000원어치 팔아서 51원 남겨 국내 기업의 지난해 실적을 요약하면 ‘매출 소폭 증가, 순이익 감소’로 압축된다. 장사는 했지만 실속이 없었다는 얘기다. 또 하나 뚜렷한 특징은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삼성전자와 다른 대기업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사 순이익의 37%를 삼성전자 한 회사가 차지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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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한국상장사협의회는 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499개 기업의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간주한 연결실적 집계에서 지난해 매출액은 총 1776조1958억원으로 전년보다 7.6%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영업이익은 95조6584억원으로 전년보다 2.00%, 1조9551억원 줄었다. 특히 순이익은 65조78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조8037억원, 6.87% 감소했다.
매출은 늘어나는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그만큼 경쟁이 심화해 채산성이 악화됐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황호진 팀장은 “매출 비중이 큰 전기전자업종이 성장을 주도하고 운수장비·화학제품 등 수출 주도 산업의 매출도 소폭 증가했으나, 세계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철강 등 제품의 단가 하락과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 여파로 다른 업종 대부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지 비교할 수 있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개별기업 기준 2009년 5.68%에서 2010년 6.96%로 늘어났으나 이후 2011년 5.55%, 2012년 5.10%로 곤두박질쳤다. 순이익률은 3.88%를 기록했다.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 51원의 영업이익과 38원의 순이익을 남긴 것이다.
이조차 지난해 영업이익이 89%나 늘어난 삼성전자를 빼면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영업이익 상위 20개사 중 전년도에 비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9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기업은 대부분 영업이익 감소율이 두자릿수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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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의 삼성전자 의존도는 지난해 더욱 커졌다. 순이익 2∼7위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SK, 포스코, LG화학 등의 순이익을 모두 합쳐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순이익 23조8452억원보다 8595억원 적을 정도다.
삼성전자가 전체 상장사에서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은 2009년 19.46%, 2010년 19.95%였다가 2011년 30.73%, 지난해 37%로 계속 오르막길이다. 삼성전자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9.44%, 부채비율은 76.34%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순위에서는 NHN이 독보적이다. 2011년 45.57%에서 지난해 45.32%로 다소 줄긴 했으나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영업이익으로 남겼다.
다음은 KT&G 36.88%, 강원랜드 32.24%, GKL 29.14%, 한화타임월드 29.12%, 광주신세계 27.21%, 무학 22.13%, 엔씨소프트 21.25%, 현대홈쇼핑 20.10% 등이 20%대를 넘겼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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