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한동우 회장은 지난해 고정급여와 단기성과급을 합쳐 14억3000만원에 앞으로 장기성과급을 최대 13억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보수가 최대 3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다른 금융지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임원 개별로 보수를 공개하지 않는 KB금융지주의 어윤대 회장과 임영록 사장은 둘이서 고정급여와 단기성과급 24억9000만원을 나눠 받았다. 장기성과급은 최대 18억7000만원이 될 전망이다. KB금융은 장기성과급 실제 지급액은 30%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어 회장 연봉은 2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역시 계열사 대표 7명과 29억원을 고정급여와 단기성과급으로 나눠 가졌는데, 장기성과급으로 9억1000만원이 책정된 것을 고려하면 다른 금융지주 회장에 기죽지 않는 수준이다. 그나마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굴레’ 때문에 통제를 받는 우리금융지주가 이팔성 회장에게 지급한 금액이 총 9억원이다.
거액 연봉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자 금융지주는 “장기성과급이 실제 전부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개인에게 주어지는 금액은 더 적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실수령 규모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구체적으로 밝혀 봤자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회장의 보수는 고정급여에 장·단기성과급으로 구성된다. 단기성과급은 한 해 경영실적을 따져 매해 지급하며 장기성과급은 ‘스톡 그랜트(stock grant)’라고 재직기간 경영성과를 평가해 퇴임 후 주식에 상응하는 현금으로 3년에 걸쳐 준다.
여론의 뭇매를 맞는 건 과연 미국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급의 걸출한 경영자가 없는 낙후된 국내 금융 사령탑의 ‘성과’에 수십억원을 줄 수 있는지 대다수가 동의하기 어려워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2조1368억원)에 비해 대폭 줄어든 1조5836억원에 그쳤다. KB금융 역시 2조3730억원에서 1조7029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신한지주도 3조1000억원에서 2조3227억원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금융사는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오히려 올리고 회장에게는 수십억원을 보수로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금감원은 “성과보상 모범기준에 어긋나는 정황들이 포착됐다”며 은행을 상대로 추가적인 전수조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전수조사를 계기로 현실에 맞게 보수를 공시하고 그해에 발생하는 수익과 예상 성과급까지 포함해 공개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금감원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제기됐던 금융권 고연봉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서야 실태를 파악하는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다. 최근 금융위의 금융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초안에서도 금융사 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의 보수에 대한 상한선 설정 등은 빠졌다. 금융사의 과도한 보너스가 도마에 오르자 임직원 보너스를 기본 연봉의 100% 이내로 제한하기로 하고 회원국 과반 동의를 남겨둔 유럽연합(EU)과 대비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사가 이익을 챙기는 동안 금융소비자만 과도한 이자와 수수료를 부담했다”며 “금융당국이 성과와 관계없이 급여가 올라가는 금융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방임했다”고 비판했다.
정진수·김유나 기자 je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