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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한식 프랜차이즈, 외식시장 강타

입력 : 2007-12-12 20:45:40 수정 : 2007-12-12 20: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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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문화가 글로벌·퓨전화되는 가운데에서도 전통음식을 소재로 한 외식시장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식=웰빙식’이란 이미지가 확산되고, 여기에 과학적인 경영기법과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결합되면서 맛의 표준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패밀리레스토랑 등 해외 브랜드 수입에 집중했던 ‘CJ푸드빌’, ‘썬앳푸드’ 등 대기업들도 자체 외식 브랜드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전통음식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42만 회원사를 두고 있는 한국음식업중앙회 통계에 따르면, 업태별로 집계를 시작한 2004년 말 이후 양식·중식·분식 계통의 음식점 수는 꾸준히 주는 반면 한식은 23만개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맛있는상상이 운영 중인 서울 다동의 카페형 찌개 전문점 ‘찌개애감동’ 외부 전경.

■소규모 독립 점포에서 기업형으로

전통음식 외식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자수성가형 사례가 특히 많다. 1987년 약 16㎡(5평) 규모의 작은 보쌈집에서 시작해 연매출 5500억원의 프랜차이즈의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놀부가 좋은 사례다.

㈜놀부는 지난 20년간 ‘놀부보쌈’, ‘놀부부대찌개’, ‘놀부집 항아리갈비’, ‘유황오리진흙구이’, ‘놀부명가’ 등 브랜드를 잇달아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에는 해외 진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006년 설립한 중국 현지법인은 베이징 1호점을 열어 큰 인기를 끌면서 두 번째 대규모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다. 2005년에는 놀부집 항아리갈비 브랜드가 국내 외식업계 최초로 일본 시장에 진출해 로열티를 받고 있다. ㈜놀부는 ‘한식의 세계화’를 이끌며 글로벌 종합외식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원앤원㈜ 역시 1991년 청계8가의 소점포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원할머니보쌈’, ‘원할머니퐁립’ 등 브랜드로 총 28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 4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원앤원㈜은 올해 600억원 매출을 장담한다. 된장과 고추장, 간장 등 장맛 노하우 하나로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외식업체도 있다. 한정식전문점 ‘좋구먼’과 카페형 찌개전문점 ‘찌개애감동’을 운영하는 ㈜맛있는상상이 바로 그곳이다. 이 회사 오원자 대표는 1996년 광주에서 한정식집 ‘좋구먼’을 오픈하면서 외식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옛날 방식으로 만든 장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점포를 하나 둘씩 늘려가다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에게 점포를 내주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감자탕 전문점 ‘이바돔감자탕’이 특허 출원한 등뼈찜 메뉴.

■단일 메뉴로 승부한다

전통음식 프랜차이즈 중에는 단일 메뉴를 내세운 브랜드가 유독 두각을 나타낸다. 이 역시 독립점포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많고 매뉴얼화하기가 쉽지 않은 한식의 특성 때문이다. 아울러 전문점의 이미지를 강조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한 요인이다.

올해로 창립 27년을 맞은 ‘신선설농탕’은 현재 직영 19개, 가맹점 14개로 늘어났다. 중앙집중 주방 시스템인 ‘CK 시스템’을 도입해 본사에서 식재료를 표준화해 각 매장에 일일배송하고 있다. 감자탕전문점인 ‘이바돔감자탕’은 인천의 감자탕 맛을 표준화한 데 이어 등뼈찜을 자체 개발하는 등 메뉴를 확대하고 있다. 등뼈찜은 특허까지 출원한 상태.

맛있기로 소문난 전통음식은 대부분 오랫동안 전해져온 나름의 비법을 알고 있는 사람의 손맛으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전통음식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표준화된 맛을 내는 시스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주 전통음식인 콩나물국밥을 프랜차이즈화한 ‘완산골명가’의 한규용(39) 사장은 전주 남부시장에서 오랫동안 콩나물국밥 장사를 해온 어머니에게 맛을 전수받고 국밥의 핵심인 국물 맛을 라면처럼 수프화하는 데 성공했다. 2002년 콩나물국밥 티백을 특허출원한 이후 가맹사업에 나선 완산골명가는 현재 110여개의 가맹점을 오픈했다.
◇㈜놀부가 2005년 중국 베이징에 오픈한 ‘놀부집 항아리갈비’ 1호점 내부 모습.

최근에는 유명 한식당들도 점포를 확대하거나 제2의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벽제갈비, 삼원가든, 강강술래 등이 이 같은 사례다. 삼원가든은 종합 외식 브랜드화를 선언하는 한편 한식 패밀리레스토랑을 오픈할 계획이다. 벽제갈비는 ‘벽제구이로’를 론칭했고 ‘강강술래’도 가맹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는 ‘썬앳푸드’와 ‘CJ푸드빌’이 대표적이다. 1994년 타워호텔 외식사업부로 출발해 이듬해 미국 브랜드 ‘토니로마스’를 국내에 도입한 ‘썬앳푸드’는 2005년 보리밥 전문점인 ‘봄날의보리밥’을 론칭했다.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업계 2위 브랜드인 ‘빕스’를 운영하는 ‘CJ푸드빌’도 전통음식 브랜드 ‘한쿡’(한식 패밀리레스토랑)과 ‘카페소반’(비빔밥 카페)을 오픈하고 전통음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전통음식 대중화 성공조건은;빠르고 편하게 먹는 법 실현을”
>> 윤숙자 한국전통음식 연구소장
외식업계의 전통음식 열풍이 심상치 않다. 서구음식에 집착하던 외식업계가 전통음식에 속속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윤숙자(59·사진) 소장은 “최근 전 세계 식문화 트렌드는 서양에서 벗어나 동양으로 향하는 중”이라며 “한류 열풍과 더불어 외식업의 ‘한국음식화’ 역시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소장은 특히 “한국의 전통음식은 먹어서 약이 되는 우수한 식품”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식, 건강식, 오랫동안 정성을 들인 발효의 맛, 여러 가지 한약재가 들어간 약선음식 등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을 떠나 몸을 치유하는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외식시장에서 전통음식으로 성공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은 무엇일까.

윤 소장은 먼저 정통성을 살릴 것을 주문했다. 재료 자체가 지닌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정성껏 만드는 것이 우리 음식의 조리법이란 설명이다. 이 같은 기초 위에 철저한 입맛과 기호조사가 수반돼야 한다. 음식에 대한 입맛은 국가나 인종,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외식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 역시 고객이다. 어떤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느냐에 따라 같은 음식이라도 기호도나 입맛은 전혀 다르다.

아울러 전통음식이라 할지라도 먹기 불편하지 않고 쉬운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윤 소장은 “전통음식 대중화의 관건은 슬로 푸드를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고 편하게 먹는 방법을 실현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통음식을 기본으로 한 퓨전요리도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지역과 문화에 따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나 문화적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고급식으로 차별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윤 소장은 밥 없이 먹을 수 있는 요리 개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전통음식은 곡류 문화의 산물로 국이나 반찬도 밥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외식업은 우리가 항상 먹는 음식과는 조금 다른 새로움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외식업에서 특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윤 소장은 “한국음식 중에서 밥 없이 먹어도 든든한 일품요리 개발을 개발해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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