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엘 측에 따르면 서양인과는 체질이 다른 아시아인들을 위한 다양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 다국적 제약사 최초로 아시아에 R&D 센터를 짓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말부터 각국 정부와 접촉을 시도해 왔다.
한국의 경우 보건복지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청, 기획재정부 등의 R&D 관련 부서에 센터 건립 절차 등을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한국 출신이어서 고국에 R&D 센터를 유치하고 싶었지만, 공무원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아 적잖이 당황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 대표가 언급한 부처를 상대로 ‘다국적 제약사가 R&D 센터를 세울 경우 필요한 절차’ 등을 문의한 결과, “다른 부처로 물어봐라”, “아직 그런 경우가 없어 모르겠다”, “부처 사이에 얽혀있는 절차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는 있지만 안타깝게 아직은 안됐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바이엘 측이 건립 예정인 R&D 센터는 초기 건축비만 2000억원 이상 들어가는데다, 임상시험 등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 작업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어 선진 제약 기술 유치 및 고용 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바이엘 측은 이 센터를 국제 제약시장에서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는 아태 지역의 허브(Hub)로 키워나갈 계획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바이엘은 결국 한국을 센터 후보지에서 뺐고,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에 연구센터를 짓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이날 중국 칭화(淸華)대와 임상시험 등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에 나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20년 가까이 여러 다국적 제약사에서 일해 온 이 대표는 “스위스의 로슈,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면서 “중국, 싱가포르 등은 고부가가치 산업인 신약 개발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설립 절차를 간소화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R&D 센터 유치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말로는 바이오 제약 산업을 키워 경제 불황을 돌파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준비는 안돼 있는 것 같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해주고 싶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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