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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기름값… 소비자 뿔났다

입력 : 2011-07-13 23:43:00 수정 : 2011-07-13 2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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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릴땐 미적미적, 오를땐 잽싸게… 다시 2000원대 “순식간에 2000원대로 올라선 휘발유 값. 소비자만 봉이냐.”(13일 트위터에 올라온 글)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하자 소비자들이 폭발했다.

정유사들이 기름값 할인(ℓ당 100원)을 끝낸 지 1주일 만에 서울지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원선을 훌쩍 넘어서자 정부와 정유사, 주유소를 향한 소비자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지에서는 휘발유 값이 ℓ당 2300원에 바짝 다가서 ‘기름값 대란’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내릴 때는 주춤, 올릴 때는 신속

소비자의 원성을 외면한 채 공급가를 올리는 정유사와 이에 맞춰 재빠르게 판매가를 올리는 주유소의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주유소들은 4월 초 정유사들이 공급가격을 100원 내린 직후 바로 제품값을 인하하지 않으면서 “도매가 인하 전 확보한 재고 물량을 먼저 팔아야 값을 내릴 수 있다”고 항변했다.

13일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주유소 보통 휘발유의 ℓ당 평균 가격은 4월6일 2022.32원에서 공급가 100원 인하 다음날인 7일 1992.82원으로 29.5원 내렸지만 등락을 거듭하다 6일째인 12일에는 1996.80원으로 오히려 회복했다. 그러나 도매가가 다시 오를 때에는 할인 기간 확보한 재고물량이 무색할 정도로 소비자 가격은 너무 빨리 뛰었다.

이달 6일 1994.69원이었던 보통 휘발유 가격은 정유사가 도매가를 올리기 전인 11일까지 하루 1∼2원씩 1998.48원까지 슬금슬금 오르더니 SK와 GS 등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20∼40원 인상한 12일에는 오후 11시 기준 2013.84원으로 15원 이상 치솟았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최근 주유소들이 유통 및 마진 비용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돼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들의 기름값 인하 조치 종료 이후 가격이 크게 치솟는 가운데 13일 서울 여의도 한 주유소에서는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ℓ당 2298원, 2119원에 판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재기 단속한다더니…‘실적은 전무’


유류세 인하와 같은 핵심 대책은 미룬 채 실효성 없는 정책이나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정부에도 여론의 눈총이 따갑다. 정부는 기름값 할인 종료를 앞두고 주유소의 판매 거부와 사재기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인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본보 확인 결과, 단속 실적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사재기로 의심되는 신고 사례가 접수됐지만 사재기로 판단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게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의 설명이다.

지경부는 지난달 27일 장관 명의의 공고에서 전국에 설치된 소비자 신고센터를 통해 신고를 접수하면 ‘석유수급 특별단속반’을 즉각 투입해 주유소의 재고량 확인 등 위법행위 여부를 확인하고 행정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었다. 지경부 고객만족센터와 석유산업과, 각 시·도 및 시·군·구 석유관련업무담당과, 대한석유협회, 한국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한국일반판매소협회 등 신고창구도 다양하게 만들었지만 유명무실했던 셈이다.

게다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름값 100원 인하 조치가 끝났지만 휘발유 값이 ℓ당 2000원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결국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셈이 됐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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