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손실 가능성도… “채권·혼합형 펀드 유리” 월급처럼 일정액을 매월 꾸준히 제공하는 월지급식 펀드의 설정 규모가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직장 은퇴를 앞두고 노후 생활비에 관심을 둔 결과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0개 월지급식 펀드의 설정 총액은 16일 현재 7691억2300만원이다. 올해 초 1677억6900만원보다 358.44%(6013억5400만원) 늘었다. 7월 말부터 따지면 12.28%(841억2400만원) 증가했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던 지난달 이후에도 증가세가 이어졌다는 점은 그만큼 불안한 노후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왕성했다는 점을 대변한다.
월지급식 펀드 투자자는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등에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을 맡긴 뒤 수익과 원금에서 가입 당시 약속했던 돈을 매월 받는 구조다. 수익률은 코스피보다 대체로 높지만, 펀드 간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8월 주식시장 폭락과 함께 큰 손실을 보고 있어 투자자들은 유의해야 한다.
설정 후 1년 이상 된 펀드 중 수익률이 비교 가능한 12개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을 살펴보면 ‘아이메자닌II증권투자신탁1(채권혼합)A’(3.87%), ‘아이메자닌II증권투자신탁1(채권혼합)C’(3.57%), ‘동양국공채공모주증권투자신탁1[채권혼합]C’(3.30%)는 3%가 넘는 수익을 냈다.
월지급식 펀드는 수익이 많을 때는 매월 분배금을 월급처럼 투자자에게 지급해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연금과 달리 수익이 나지 않아 원금이 없어지는 최악의 경우에는 지급되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하나은행 여직원이 월지급식 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
나머지 7개 펀드는 수익률이 0.57∼-6.88%로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형수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부장은 “월지급식 펀드를 고른다면 정기예금보다 나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주식을 20∼30%로 편입하는 채권형이나 혼합형 펀드가 주식형 펀드보다 안정성 측면에서 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월지급식 펀드가 반드시 고객에게 분배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품이어서 최근처럼 주가지수와 채권가격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불완전한 시장이 지속되거나, 시장 자체가 침체에 빠져버리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따라서 월지급식 펀드가 어떤 경우라도 정해진 기간 일정한 돈을 지급하는 연금상품인 것처럼 소개하는 몇몇 금융회사의 선전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증권가 관계자는 “월지급식 펀드는 목돈을 한번에 투자하는 거치식 펀드이므로 크게 손해를 보면 원금을 회복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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