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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관대한 처벌에… 학원비·부동산중개료까지 ‘짬짜미’

입력 : 2012-02-27 01:48:44 수정 : 2012-02-27 01: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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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동네상권 구분없이 담합 만연 담합은 기업에게 ‘달콤한 유혹’이다. 경쟁자끼리 은밀히 입을 맞추면 손쉽게 수익을 부풀릴 수 있다.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하는 공급자의 횡포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 몫이다. 그런데도 악순환은 계속된다. 정부가 휘두르는 칼이 너무 무디기 때문이다.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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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 수 있으면 누구든 ‘짬짜미’

대기업부터 동네학원까지 담합은 시장경제 곳곳에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2009년 국방과학연구소가 2조7000억원을 투입한 3000t급 잠수함 ‘장보고-Ⅲ’ 사업의 탑재장비 관련 입찰에서 LIG넥스원, 삼성탈레스, STX엔진, 한화 4개 방산업체는 분야별로 단독 입찰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들은 복수입찰을 통한 출혈경쟁을 방지하고, 정부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서로 짰다. 혈세낭비는 물론 향후 국방력 약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경우 담합은 더 자주 벌어진다. 기업들은 서로 출혈을 피하기 위한 밀약에 나선다. E1, SK가스, GS칼텍스, S-OIL 등 국내 6개 액화석유가스(LPG) 업체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충전소 판매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담합했다가 공정위로부터 6689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이들 6개사는 72회에 걸쳐 판매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했고, 이 기간에 업체들의 LPG 평균 가격은 ㎏당 2원 이상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시장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주유소 확보 경쟁을 제한한 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4개 정유사는 과징금 4348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티브로드홀딩스와 ㈜CJ헬로비전 등 5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방송프로그램공급사업자(PP)에게 케이블방송에만 프로그램을 공급하도록 하는 등 인터넷을 통한 유료방송서비스인 IPTV사업자가 방송프로그램 구매를 어렵게 하는 담합 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IPTV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축소한 것이다.

예식장, 부동산중개업소 등 동네 상권에서도 담합이 벌어진다. 2007년 전북 군산 지역 5개 예식장 사업자들은 기본 예식비와 드레스 대여료 등을 담합해 인상했고, 경남 창원에서는 112개 태권도장들로 구성된 태권도협회가 월 회비와 심사비를 일률적으로 올렸다. 지난해에는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중개 사업자단체들이 중개수수료 할인금지, 일요일 영업 금지, 비회원과의 공동중개 금지를 담합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소비자는 봉이다’

담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명확히 산출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기업들이 가격인하와 같은 출혈경쟁을 피한 채 ‘밀약’으로 가격을 유지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 몫일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 조사를 통해 담합 피해액을 관련 매출액의 15∼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10년 기준으로 과거 5년간 공정위에 적발된 담합 사건의 소비자 피해액(15% 기준)을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 7월까지 약 5년간 11조460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총액은 소비자 피해액의 12% 수준인 1조3739억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담합으로 적발된 기업들의 매출액은 76조4021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생명보험사, 정유사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포함된 담합 사건이 적발됐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12개 생명보험회사가 개인보험상품의 이자율을 담합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들 보험사가 담합을 통해 올린 매출은 14조933억원에 이른다. 소비자 피해액을 추산하면 2조1140억원에 이른다. 주유소 확보경쟁을 제한하기로 담합해 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정유 4사가 올린 매출액은 81조6683억원에 이른다. 소비자 피해액은 12조2502억원으로 추산된다.

◆외국은 담합처벌 어떻게 하나

미국은 담합 처벌 수위가 가장 높은 나라다. 담합으로 얻은 부당이익의 두배 또는 소비자 피해액의 두배까지 벌금이 부과된다. 형사처벌도 엄격하다. 최고 10년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담합 기업이 피해 소비자에게 직접 배상하는 제도도 마련해 놨다. 영국은 담합 관련 매출액을 과징금 부과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부과율 결정 시 소비자 피해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독일 역시 부당이득 액수를 구체적으로 정해 환수의 근거로 삼도록 하고 있다. 멕시코는 임금의 3만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브라질은 담합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경영자에 대해 회사가 물어야 하는 과징금의 50%까지 부과한다.

경실련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우리나라는 담합 과징금 부과 기준이 낮게 잡혀 있고, 경감되는 경우도 많아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공정위에게 전속고발권이 부여된 까닭에 형사 처벌로 가는 경우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귀전·조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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