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4년간 204조↑…盧정부 5년 135조 넘어서
공기업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중앙에서는 재정자금으로 충당해야 할 각종 사업비를 공기업에 떠넘겨 재정건전성을 ‘분식’하고, 지방에서는 지역 개발을 앞세워 부채를 마구잡이로 끌어들인 결과로 분석된다.
재정전문가들은 “공기업의 부채는 감춰진 나랏빚”이라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공기업 부채가 재정의 위기대응 능력을 고갈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공기업 금융부채는 204조9000억원이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잔액은 543조8000억원. 이는 한국정책금융공사 등 몇몇 금융 공기업을 제외한 수치다. 연말을 기준으로 공기업 금융부채가 5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올해도 국내외 대형사업에 대한 공기업 투자가 이어지는 만큼 연말에는 공기업 금융부채가 6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하면 현 정부의 공기업 부채 증가 속도는 훨씬 빠르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늘어난 공기업 부채는 135조8000억원이다. 공기업 금융부채 증가율은 노무현 정부의 경우 66.8%, 임기를 1년 정도 남긴 이명박 정부에서는 60.5%다.
중앙·지방 정부와 국민연금기금 등 사회보장기구를 포함한 정부부문 금융부채도 크게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 4년간 158조5000억원이 늘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에는 137조2000억원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공기업이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를 더 많이 늘렸다는 점이다. 돈을 빌려 투자하면 자산도 늘어난다. 그러나 현 정부 4년 동안 공기업 금융자산은 61조4000억원 늘었을 뿐이다. 증가율은 46.1%에 그쳤고, 금융부채 증가 규모에 견주면 30%에 불과하다.
공기업 금융부채가 급증한 것은 중앙정부의 국책사업에 공기업이 동원되고, 지자체의 경우 ‘지역개발을 하겠다’며 지방공기업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개발 포퓰리즘’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을 떠안은 한국수자원공사는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2007년 16%에서 작년 6월 말 기준 101.8%까지 치솟았다. 보금자리·임대주택 사업을 떠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0년 말 부채비율이 559.3%에 달한다.
부채가 많다 보니 엄청난 이자부담으로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부실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실에 따르면 2010년 말 27개 공기업의 이자비용만 연간 8조2000억원, 하루 224억원에 이른다.
이종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 정부 들어 정치권력이 정부의 재정부담을 공기업에 떠넘기면서 공기업의 경영 효율성 감시를 소홀히 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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