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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끄러운 가정사로 실망드려 죄송… 기업경영에 더욱 매진”

입력 : 2015-12-29 06:00:00 수정 : 2015-12-29 10: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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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노소영씨와 결혼 지속 어렵다”
최 회장 세계일보에 편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세계일보에 보낸 편지를 통해 27년여에 걸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을 공개한 것은 이참에 부끄러운 본인의 가정사를 정리하고, 앞으로 기업경영에 더욱 매진하기로 결심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5년 넘게 사실혼관계임을 숨긴 채 살아온 새 가족의 고통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깊은 반성도 펜을 든 동기로 짐작된다. 최 회장이 ‘결자해지’ 심정으로 써내려갔을 서한 곳곳에는 이런 회한과 다짐이 묻어난다.

◆최 회장 “모두 내 잘못, 질타 달게 받겠다”


최 회장의 편지 곳곳에는 개인사로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것이 여실히 묻어났다. 그는 “새로운 가족에 대해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인데, 정작 스스로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이어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알려진 사람으로서,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한다”고도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앞줄 왼쪽 두번째)이 지난 23일 최신원 SKC 회장 (〃 〃 세번째)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의 한 가게를 찾아 송년회를 하고 있던 SK이노베이션 계열 임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 회장은 경영 복귀 후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 제공
최 회장은 또 “이렇게 가정사로 (국민에게)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다”며 “가정의 일 때문에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지 글로 미뤄 보면 최 회장은 경영에 더욱 전념하고자 불미스러운 개인사를 고백해 국민에 용서를 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광복절 특사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그는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 인수를 결정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실적 부진에 빠진 주력사업 통신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한편 그룹의 또다른 축인 에너지와 반도체에서도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은 최 회장으로서는 기업경영에 온힘을 쏟고자 사회적 비난과 질타를 각오하고 불미스런 가정사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재벌가 아들과 대통령 딸의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


최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 관장은 미국 시카코대 유학 시절에 만나 노 대통령 취임 후인 1988년 결혼식을 올렸다. 대통령 딸과 재벌가 아들의 혼인이라는 점에서 당시 사회적 이목과 더불어 정경유착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고, 그런 탓인지 이들의 결혼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최 회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때마다 불화설이 불거져 나왔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직후 외화 밀반출 혐의와 더불어 노 전 대통령 비자금 관련 수사선상에 올라 함께 고초를 겪었다. 2012년 최 회장이 세무조사와 500억원대 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을 때에는 공공연하게 이혼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이듬해 최 회장 구속으로 수면 아래로 잠겼다.

최 회장은 서한에서 “항간의 소문대로 나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며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나의 부족함 때문에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냈다”고 고백했다. 이후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이까지 태어나면서 둘의 사이는 파경으로 치달은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됐다”면서 “그동안 이런 사실을 세상에 숨겨왔고, 저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침묵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노 관장과는 ‘좋은 동료’로 남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녀인 윤정(26)씨는 현재 베인앤컴퍼니에 근무하고 있고, 차녀인 민정(24)씨는 자원 입대해 해군장교로 복무 중이다. 장남인 인근(20)씨는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와 미국 하와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 브라운대에 재학하고 있다.

황계식·김건호 기자 cult@segye.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6일자로 작성된 A4 용지 3장 분량의 편지를 28일 세계일보에 보내왔다. 최 회장은 편지를 통해 부끄러운 가정사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한편 하루빨리 마음을 정리해 경제 살리기에 온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편지 전문.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항간의 소문대로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

종교활동 등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습니다.

노 관장과 부부로 연을 이어갈 수는 없어도, 좋은 동료로 남아 응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가정상황이 어떠했건, 그러한 제 꿈은 절차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먼저 혼인관계를 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임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들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세상에 숨겨왔습니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몇년이라는 세월이 또 흘렀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침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깨진 결혼생활과 새로운 가족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을 덮으면 저 자신은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한쪽은 숨어 지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 일은 제 지위와 안전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몇 사람들의 앞으로도 지속될 삶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입니다.

그런데 정작 제 스스로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은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합니다.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알려진 사람으로서,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합니다.

2015. 12. 26 최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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