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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추락하자, 핀란드 '이것'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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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09 20:25:34 수정 : 2012-10-09 20: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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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국부다 ‘세계는 인재 전쟁’] 벤처기업 ‘천국’된 핀란드
노키아의 역설… 공룡기업 추락하자 ‘인재 창업’ 우후죽순
인구 500만의 ‘소국’ 핀란드의 대표기업은 노키아였다.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할 때 노키아는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했다. 모든 대학생은 노키아 입사를 꿈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핀란드는 ‘노키아 왕국’이었다. 그러나 애플과 밀려 노키아가 삼성전자에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이 얘기는 과거형이 됐다.

‘취업 불안’을 느낀 대학생은 창업으로 눈을 돌리며 회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동아리 수준이던 모임은 대학 지원을 받아 점차 커졌고, 노하우가 축적되자 이젠 성공적인 ‘창업 비법’을 전수받으려는 해외인을 고국으로 끌어들였다. 대표 기업의 추락이 핀란드에 전화위복으로 작용해 ‘혁신에 기반한 소규모 창업’이 번성하면서 해외 인재를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창업 아이디어 발표 ‘스타트업 사우나’ 사무실이 위치한 핀란드 에스푸 벤처가라지에서 프로그램 마지막날 열리는 ‘데모데이’에 참가한 한 창업 지원자가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에스푸(핀란드)=정진수 기자
◆경험자를 통한 노하우 전수


창업 지원 프로그램 단체 ‘스타트업 사우나(Startup Sauna)’가 위치한 에스푸의 ‘벤처가라지’에는 매미 모양의 화재경보기, 실내 식물 배양기 등 아이디어 상품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지난 4년간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에 성공한 기업들의 ‘상품’들이다.

2009년 시작된 국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코치진의 명성과 함께 성장을 거듭했다. 이들을 지도하는 코치진에는 현직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포진해 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 개발사 로비오의 마케팅 총책임자 피터 베스터백카도 이 중 한 명이다. 앵그리버드로 성공하기까지 반복된 51번의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을 가르치고 있다. 스타트업 사우나에는 제2의 ‘로비오’를 꿈꾸는 창업자의 원서가 매년 물밀듯이 밀려든다. 지난해에는 북유럽, 발틱연안국, 폴란드, 러시아 등 주변국을 비롯해 중국 상하이 등에서 500팀의 참가지원서가 날아들었다. 반기별로 각 20개팀이 선발됐고, 숙박비·경비 지원과 1대1로 코치 지도가 진행됐다. 다른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2, 3년씩 이어지는 데 비해 스타트업 사우나는 6주라는 짧은 과정으로 승부를 건다.

스타트업 사우나의 스태프로 활동 중인 나탈리 고데는 “창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결국 창업을 해보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매주 아이디어 발전방향을 발표하는데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는 중도 탈락자도 30%가량 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대미는 ‘데모 데이(Demo Day)’가 장식한다. 실제 투자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상품가치를 평가받는 자리다. 올 상반기에 투자회사만 20여곳, 총 800여명이 참여했다. 지금까지 정보기술(IT) 기반 기업인 블라스트, 오벨린이 각각 500만유로(약 72억원), 150만유로(약 22억원) 투자 등을 받으며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스타트업 사우나의 외국인 참가자 비율은 65%에 이른다. 이 중 73%가 핀란드에서 창업하면서 핀란드 경제의 버팀목 노릇을 하고 있다.

◆협력 기반으로 형성된 ‘기업 생태계’

핀란드의 ‘사이언스파크’는 이렇게 설립된 회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헬싱키 인근에 위치한 오타니에미 사이언스파크는 정부 주도형 과학단지가 아니다. 헬싱키대학 기숙사가 세워진 이후 국립기술연구센터(VTT)도 위치를 옮겼고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 연이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오타니에미 사이언스파크 멜리사 아니하르덴 홍보담당자는 “정부가 결정해 이뤄진 단지가 아니라 산·학·연의 유기적인 움직임에 따라 ‘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근접성을 바탕으로 한 협력네트워크라는 것이다. 이 ‘생태계’ 안에서 국립기술청(Tekes)은 대기업과 하청업자 간 협력이 활발한 기업에 기술연구자금 신청 시 높은 점수를 부여하며 협력을 독려한다.

현재 1000여개의 기업이 입주한 오타니에미 사이언스파크에는 중국, 나이지리아 등 110개 국가에서 온 수많은 인재가 일하고 있다. 핀란드 알토공대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1500명도 산·학·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거주 허가 기준으로 매년 핀란드로 들어오는 인재는 3800명에 달한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해 해외 구직자가 인터넷에 경력을 등록하면 이를 각 회사로 연결해 주는 ‘인재 연결(Talent Match)’ 프로그램도 개설했다. 이를 통해 벌써 560여명이 핀란드에 들어왔다. 정부는 월급이 5800유로(약 830만원) 이상 되는 인재에 대해 누진세를 적용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35%의 세금을 부과한다. 또 핀란드에서 7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영주권과 시민권을 준다.

노동경제부의 올리 소라이넨 수석고문은 “노키아의 비중이 커지면서 정부가 지나치게 의존했다. 이런 실수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현 핀란드 정부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헬싱키·에스푸(핀란드)=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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