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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인도 영화산업 ‘세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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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1-08 13:58:39 수정 : 2008-01-08 13: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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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세우고 유명 작가들 영입 ‘아낌없는 투자’
지구촌 영화인들 주목… ‘네임세이크’ 등 美서 호평
소니·디즈니도 ‘러브콜’… 5년내 40억弗 시장 예고
인도 발리우드는 미국 할리우드의 약 10배 규모인 연간 1000여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발리우드 영화사들은 영화 제작비가 평균 15만달러(약 1억4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했다. 전체 영화의 20%는 제1공용어인 영어가 아닌 힌두어나 소수 언어로 제작되고 천편일률적인 내용에다 값싼 제작비로 많은 작품을 생산하는 구조였다. 뿐만 아니라 영화 감독이 제작자를 겸하고 극장주들이 마케팅을 하는 등 주먹구구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발리우드가 변신을 꾀하며 할리우드를 넘보고 있다.
◇맨 위부터 영화 ‘네임세이크’의 한 장면과 영화 ‘발리우드 할리우드’ 포스터, 영화 ‘구루’의 한 장면, 영화 ‘사와리야’의 포스터


◆변화하는 발리우드=인도의 고속 경제성장에 따라 젊은이들이 점차 엔터테인먼트(연예·오락)를 즐기는 데 돈을 쓰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에 맞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전문화하기 시작했고, 외부 투자 유치 단계에서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인도 영화 제작사 UTV는 효율적인 영화 제작을 위해 할리우드의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를 본떠 영화 제작 전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UTV는 5700만달러의 예산으로 블록버스터 영화 10편을 제작할 예정이다. UTV의 사장 로니 스크류왈라는 “우리의 목표는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처럼 막대한 예산이 드는 영화를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인도의 젊은 영화 제작자들도 영화 완성도를 높이려고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를 고용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 업체는 할리우드 작가를 고용, 3시간30분 동안 지루하게 이어지던 인도 영화를 관객들이 보기 쉬운 90분과 120분짜리 영화로 다시 편집하기도 했다.

◆급성장하는 인도 영화 시장=인도의 국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04년 15억달러 규모였던 인도 영화 시장은 2006년 20억달러 규모로 커졌으며, 앞으로 5년 내 40억달러를 가뿐히 넘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성장 속도로 보면 발리우드가 할리우드보다 훨씬 빠르다”고 평가했다.

해외 유수 영화자본들도 속속 인도 영화계에 손을 내밀고 있다. 미국 3대 미디어 그룹인 비아콤은 인도 엔터테인먼트 회사 ‘네트워크 18’과 합작해 ‘비아콤 18’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비아콤 18은 향후 3년 동안 40∼45개의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디즈니도 1400만달러를 투자해 UTV의 주식 15%를 인수했다. 인도 영화사 3곳은 최근 런던에서 기업을 공개해 2억2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소니사는 최근 인도 감독이 연출하고 인도 배우들이 힌디어로 연기한 전형적인 인도 영화 ‘사와리야(Saawariya)’를 개봉했다. 디즈니도 인도의 대표적 제작사인 야시라지필름과 공동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했고 워너브라더스도 이미 2편의 발리우드 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세계화 가능할까=지난 수십년간 세계 문화를 주도해온 할리우드는 전체 수익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인도 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처럼 막대한 수익을 거둘 정도로 잘 팔릴지 의문이지만 발리우드의 세계화 작업은 속속 진행되고 있다. PwC는 인도 영화의 예매율은 해외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발리우드의 업체들은 세계화를 위해 재정 전문가나 해외 시장 마케터를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제작사가 투자·제작한 영화들이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도계 미국인 줌파 라히리의 동명 소설을 인도계 감독인 미라 나이르가 영화화한 ‘네임세이크’는 지난 4월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함께 뉴욕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 역시 UTV가 투자한 작품으로 미국 박스오피스 1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인도 업체의 할리우드 진출도 시작됐다. 인도의 프라임포커스그룹은 미국의 ‘포스트 로직스튜디오’와 ‘프랜틱필름’을 4300만달러에 인수했다. 두 회사는 촬영 후 영화의 편집, 음향, 특수효과, 음향, 컴퓨터그래픽(CG) 등의 작업을 해주는 포스트프로덕션 업체이다. 프라임 포커스는 이번 인수로 인도와 영국, 미국 뉴욕, 캐나다 밴쿠버 등 6곳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됐다.

황정아 기자 any@segye.com

◆발리우드(Bollywood)=



봄베이(Bombay)와 할리우드(Hollywood)를 합친 합성어. 인도의 영화 도시 뭄바이(Mumbai)는 1995년 지금 이름으로 개명되기 전까지 영국식 명칭인 봄베이로 불렸고, 영화 종사자들은 이를 할리우드와 합쳐 인도 영화계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해 왔다.


휴대전화로 영화판 더 키운다

발리우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휴대전화 시장을 겨냥해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사업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휴대전화용 게임의 주인공으로 발리우드 스타가 등장하고, 발리우드의 영화 음악으로 만들어진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를 접할 수 있다. 발리우드는 지난해 2월 휴대전화로 처음 영화를 개봉하기도 했다.

업계는 인도의 휴대전화 전용 엔터테인먼트(연예·오락) 시장이 매년 70%씩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휴대전화 전용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60% 성장했으며 휴대전화 전용 영상물과 관련 콘텐츠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매년 급증함에 따라 발리우드의 콘텐츠 사업도 급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할리우드도 최근 발리우드를 배우고 있다. 20세기 폭스사는 영화 ‘보랏(Borat)’의 영화 음악을 벨소리로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인기를 모은 영화 ‘심슨가족’의 포스터를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쓸 수 있도록 한 다운로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휴대전화 사업 관련 컨설팅 회사 관계자 닉 레인은 “할리우드는 수십억 달러가 오가는 거대 산업이지만 저작권 문제가 많은 업체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어 영화 캐릭터나 음악이 휴대전화 소프트웨어로 공급되기 힘들다”며 “그러나 발리우드는 휴대전화 관련 상품으로 태어나는 모든 과정이 손쉽고 수익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할리우드는 휴대전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기반 투자를 꺼려왔다”며 “휴대전화 배경 화면으로 영화의 한 장면을 넣는다면 할리우드의 영화는 더욱 색다르게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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