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관영 ‘중국신문’이 전하는 내용이다. 농민공이란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와 노동하는 농민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후 중국에 기업의 파산과 감원이 잇따르면서 농민공의 귀향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배경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바뀐 광둥성의 광저우, 선전, 둥관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돈을 모으겠다’며 도시에 모여든 중국의 농민들은 좌절한 채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런 모습은 금융위기에 흔들리는 중국 경제의 실상을 말해주고 있다.
◆사라지는 일자리=중국에서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자금난에 빠진 기업이 공장 문을 닫으니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올 상반기에만 중국에서 6만7000개의 기업이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충격이 커진 하반기에는 더 많은 기업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된다. 광둥성의 주장(珠江) 삼각주 지역에서는 10월 상순에만 50여개의 홍콩기업이 파산·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의 걱정은 부도사태가 조만간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홍콩기업총회 회장인 천전런(陳鎭仁) 회장은 “주장 삼각주의 7만개 홍콩기업 가운데 연말까지 4분의 1인 1만7500개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곳에 500명 정도가 고용됐다면 앞으로 87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업의 도산은 광둥성뿐 아니라 창장(長江) 하류의 저장(浙江)성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저장성 원저우(溫州)시 경제무역위원회의 리슝웨이(李雄偉) 처장은 “원저우에서만 1009곳이 생산 중단·감산에 들어갔으며 250여곳은 도산했다”고 말했다.
◆주요 공업도시에 이는 귀향 바람=귀향은 중국 노동시장의 새 흐름을 이룬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어지던 인구이동 방향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바뀌었다.
광저우의 의류공장에 다니던 한 여공은 “공장에는 이미 3개월 전부터 일감이 없다”면서 “할 일이 없으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울먹였다.
쓰촨성 청두(成都)의 산하 현 지역에서는 18만명의 농민이 다른 도시로 나가 일하고 있다. 쓰촨신문은 9월에만 이들 가운데 5000명 이상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충칭(重慶)의 경우 광둥성, 저장성에 나가 일하는 농민공은 약 300만명으로, 이곳에서도 귀향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광저우, 선전 주요 도시에서는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광둥성은 광저우 선전 등 9개 시를 특별관리지역으로 선포했다. 선전시는 관광버스를 동원, 귀향 특별수송작전에 들어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도시 지역에 남겨두지 않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농민공이 정치불안 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공이 많은 충칭과 쓰촨, 간쑤(甘肅), 후난(湖南) 등 11개 성·시에서는 귀향 농민공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한 중국전문가는 “중국에서는 금융위기에 따라 번지는 실업사태가 정치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호원 선임기자 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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