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칼럼에서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기후변화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212명을 향해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다며 혹독하게 질타했다. 지구가 비관론자의 예측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으며, 향후 파국적 상황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실제 지난 2월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지구온난화 예측실험에서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없다면 금세기 말 지구의 평균온도가 9도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의 증가 예측치 4도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방출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느는 가운데 대양의 이산화탄소(CO2) 흡수와 같은 완충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온도 상승이 CO2 방출을 늘리고 다시 온도가 올라가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도 기후변화 징후가 심상치 않다. 최근 가디언은 중국 기상센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가뭄과 홍수가 중국의 경제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허리푸 기상센터 수석기상예보관은 “가뭄과 홍수, 태풍이 1990년대 이후 더욱 빈발하고 피해도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상센터는 지난 한 해 동안 1949년 창립 이후 가장 많은 16번의 긴급재난대응조치를 취했다. 이상기후로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은 1990년대 연평균 1762억위안에서 2004∼08년 2440억위안으로 치솟았다.
학계에서는 기후 위기가 핵무기 위협에 버금간다는 경고까지 등장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자 미국 에너지장관인 스티븐 추 박사 등 기후학자들은 지난 5월 말 영국 런던의 제임스궁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지도자들이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같이 경고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최근 보도했다.
이들은 온실가스 방출이 2015년 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 감축한 뒤 2050년까지는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인 한스 요하힘 셸른후버 교수는 “기후변화 위기는 핵무기 경쟁만큼이나 심각한 상황”이라며 오는 12월 코펜하겐에서 강력한 온실감축 내용을 포함한 새로운 협약이 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춘렬 기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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