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바현의 유토 아이키(7)양은 놀고 싶어도 놀 수가 없다.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겁에 질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대지진과 함께 찾아 온 쓰나미가 아이키양의 집을 집어 삼켰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아이키양은 오빠 다카네(8)군과 어린 두 동생, 엄마와 함께 아사히시에 있는 초등학교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차가운 학교 바닥에서 아이키와 다카네는 잠을 이루기조차 힘겨워하고 있다. 겨우 잠이 들어도 이내 깜짝 놀라며 깨곤 한다. 어머니 마리코씨는 “지진 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잘 자던 아이들”이라며 “아이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책이나 장난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직원인 니시구치 유코가 세토 가즈키(8), 히로 야스(10)와 함께 센다이 대피소 내에 위치한 아동친화공간에서 놀이를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지진으로 최대 10만명의 아이들이 집을 잃고 2500여개 대피소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단체는 이틀 전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센다이에 아동친화공간(Child Freindly Spaces)을 열었다. 지난해 아이티 지진 당시에도 설치돼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했던 공간이다.
5∼12세 아이들에게 장난감과 인형, 책 등을 제공하고 상담가들이 직접 아이들의 심리 치료에 나섰다.
세이브더칠드런 스티브 맥도날드 팀장은 “우리가 만난 아이들은 매일 악몽을 꾸고, 언제 닥칠지 모를 쓰나미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면서 “그들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거주 한인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3년째 도쿄에 살고 있는 이병현(29·여)씨는 지진 이후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다. 그는 “여진을 연달아 경험하고 나니 평상시에도 몸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다”며 “빨리 귀국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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