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 2일 미국의 채무 한도 상향 조정 실패시 ‘AAA’인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미국의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 등급으로 강등하겠다고 밝혔다. S&P 국가 신용등급 위원회 위원장인 존 체임버스 이사는 “미국의 디폴트 상황이 단기간에 그치더라도 국가 신용등급은 조정될 수 있다”며 “미국이 디폴트 시한으로 제시한 8월4일까지 채무 한도를 높이지 못하고 당일 만기가 도래한 국채 상환에 실패할 경우, 이 국채 등급은 ‘D’로 강등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체임버스 이사는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다른 미 국채도 신용등급이 함께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디폴트 위기와 관련, 미 국채의 급격한 강등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미 재무부는 8월4일 만기가 도래하는 300억 달러 규모의 단기 국채를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부채 상한을 상향 조정하기 위한 백악관·민주당과 공화당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디폴트 위기감이 점증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28일 “8월2일 시한은 재무부가 설정한 인위적인 가공의 날짜”라면서 시한에 구애되지 않고 채무 한도 상향 조정 조건으로 내건 정부 재정 삭감 및 부유층 감세혜택 유지를 관철시키겠다고 천명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디폴트 시한이 도래하더라도 정부가 다른 재원을 동원해 만기 도래하는 국채를 상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그러한 조치가 투자자들의 미 국채 기피 심리를 부채질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채무 한도를 높이지 못할 경우 파국이 초래될 것”이라면서 “8월2일 시한은 단순한 협박 전술이 아니라 명백한 데드 라인”이라고 공화당에 경고했다. 그런 뒤 미 의회는 7월4일 독립기념일 휴회를 반납해서라도 협상을 서둘러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금은 빨간 신호등이 아니지만 노란 불이 깜빡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cool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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