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토론의 장 조성…대대적 네거티브 캠페인 우려 한국의 선거 현장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파괴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는 ‘트위터당’이 한나라당을 물리쳤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트위터리안들의 응집력이 반세기 역사를 지닌 정당의 조직력을 일순간에 제압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트위터는 내년 대선과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한 여론몰이 전쟁에서 밀리면 본선에서 승산이 없다는 절박감에 휩싸여 있다. 특히 트위터의 해시태그(hashtag)에서 죽느냐, 사느냐의 목숨을 건 한판 싸움이 시시각각 전개되고 있다. 해시태그는 특정 주제나 관심사를 키워드로 만들고, 이 키워드 앞에 #(해시)를 넣으면 자동으로 특정 주제나 분야의 검색어가 되는 기능이다. 해시태그를 넣으면 자동적으로 링크가 걸리게 되고, 이것을 클릭하면 같은 해시태그가 들어간 트위트를 검색해서 보여준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백악관, 상원 의원과 하원 의원, 선거 출마 예정자 등이 특정 이슈나 정책을 선전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할 목적으로 해시태그 기능을 이용해 뜨거운 토론의 장을 만들고 있다. 정치적으로 공격을 받는 쪽은 트위트로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일반 유권자와 주민이 여기에 가세해 실시간으로 격한 논쟁이 전개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의회의 입법 절차를 무시하고, 행정명령을 통해 주요 국정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 일자리 창출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의회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저소득층 대학생 학비 융자금 경감 대책, 참전 용사 취업 대책 등을 행정명령을 통해 시행했다. 공화당이 이에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공화당은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단임 대통령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는 제목으로 트위터 해시태그를 만들어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했다. 백악관도 트위트를 통해 즉각 항전했다. 이 해시태그에는 하루에 1만3800개의 글이 올라오면서 격렬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해시태그는 이제 상대방의 진지에 십자포화를 퍼부을 수 있는 장거리 유도탄으로 사용되고 있다.
해시태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 동호회 결성이나 그룹 대화의 수단에 불과했다. 이제 정당과 정치인이 이 기능을 활용하면서 정치 선전·선동 전쟁의 최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당과 정치인들이 유권자와 주민의 잠재 의식 속으로 파고들기 위한 여론 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다. 과거에 특정 정치인을 흠집내기 위해 가십을 유포했던 것처럼 이제는 트위터 등을 이용해 대대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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