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까지 막아… 취소訴 제기

미국 ABC방송은 29일(현지시간) 다코다 마이어(23) 전 해병 병장이 영국계 군수업체 ‘BAE시스템스’가 자신을 정신질환과 음주벽이 있는 것으로 음해했다며 이 업체를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마이어는 BAE시스템스가 내부고발을 묵살하기 위해 자신의 정신상태와 음주를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9월 백악관에서 미국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았다.
2010년 5월 전역한 마이어는 상이용사들을 위해 운영하는 캘리포니아 소재 중소기업인 ‘오스거테크놀로지’에서 1년간 근무한 뒤 지난 3월 BAE시스템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BAE시스템스가 체온으로 표적을 찾아내는 저격용첨단망원경을 파키스탄군에 판매할 계획이란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상사인 맥크레이트에게 “우리의 등에 칼을 꽂는 사람들에게 첨단 무기를 파는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미국은 첨단군사기술을 해외에 파는 것을 강력 규제하고 있다.
마이어는 지난 5월 퇴사 의사를 밝히고 전에 일하던 회사로 복직하려 했다. 미국 정부는 그의 복직을 승인했다. 그러나 오스거테크놀로지의 채용담당자는 BAE시스템스의 맥크레이트가 제기한 문제 때문에 일자리를 주는 게 어렵다며 거절했다.
마이어는 BAE시스템스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고소장에서 “BAE시스템스가 야간 저격용 적외선 조준기와 같은 최첨단 무기를 파키스탄에 판매키로 한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다”며 “이 같은 항의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BAE시스템스는 나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하고 음주벽이 있다고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BAE시스템스는 마이어의 이러한 주장을 강력 부정하며 “적법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이어는 2009년 9월 아프가니스탄 쿠나르 지역 간즈갈 계곡에서 수송차량을 몰고 적진으로 돌진했다. 남겨진 동료들을 구해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오른팔에 총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동료대원의 시신 4구를 찾고 아군 36명을 구했다. 또 최소 8명의 적군을 사살했다.
무공훈장 수여 소식을 알리기 위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화연락을 했지만 그는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며 점심시간 때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다리다 점심시간에 그와 통화했다. 명예훈장 수여 행사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내 전화를 받아줘서 고맙다”고 말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당시로는 생존 해병대 장병 중 명예훈장을 받은 것은 마이어가 처음이었다.
정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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