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저작권법·지재권보호법 등 채택 요구 맞서
스페인 유사법안 의회통과… 한국에도 영향 미칠 듯 미국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저작권침해금지법(SOPA)과 지식재산권보호법(PIPA)에 대해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유사한 규제안을 다른 국가에서도 채택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도 이 같은 규제안 도입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SOPA와 PIPA 도입계획에 항의하며 16일(현지시간)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위키피디아 홈페이지에는 “SOPA와 PIPA에 저항하기 위해 전 세계의 위키피디아 영문판 페이지를 검게 지울 것”이라는 메시지가 게시됐다. 위키피디아는 미국 동부시각 18일 자정을 기해 24시간 동안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이다. 위키피디아의 설립자 지미 웨일스는 “SOPA와 PIPA는 열린 인터넷 공간을 위협하는 서투른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도 미국과 유사한 법안이 시행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5일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전문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문건에는 알란 솔로몬트 주 스페인 미국대사가 스페인 정부에 SOPA와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미국 무역특별법 301조(슈퍼301조)상의 ‘우선감시대상국’에 스페인을 포함시키겠다며 압력을 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같은 압력을 받은 스페인은 SOPA를 본뜬 저작권 강화법안 ‘신데법’을 지난 3일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스페인 문화부 장관인 앙헬레스 곤살레스 신데의 이름을 딴 이 법안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지난해 12월 정권을 잡은 직후 미국의 압력으로 급조됐다. 이 법에 따르면 신설되는 ‘지식저작물위원회’가 인터넷 사이트의 위법행위를 판단, 법원에 제소해 사이트 폐쇄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SOPA는 지난해 10월 라마 스미스 미국 하원의원(공화·텍사스)이 발의했으며,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 적발 시 이용자만을 처벌했던 기존의 저작권법을 강화해 해당 사이트 도메인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PIPA는 지식재산권 보호 범위를 해외로 확대하고 있어 SOPA를 전 세계에 적용시키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법이 통과되면 하루에도 수만건의 자료가 공유되는 위키피디아, 유튜브 등의 사이트는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구글, 야후 등 정보기술(IT) 업체는 SOPA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며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지난해 12월 SOPA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상공회의소 미국영화협회 미국레코드협회 등은 국제적으로 벌어지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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