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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석유자원, 먼저 가까이서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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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5-25 21:39:24 수정 : 2008-05-25 21: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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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규 단국대 초빙교수·국제법
국제유가의 신기록 행진이 심상치 않다. 마치 기록 경신 ‘쓰나미’를 보는 듯하다. 지난주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선 기름값은 반년 내에 배럴당 150달러, 2년 내 200달러 고지까지 점령할 기세다. 서울 강남에선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값이 ℓ당 2000원을 넘었다는 소식이다. 한해 원유 수입량이 8억7000만배럴인 우리 처지로선 유가 폭등은 크나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에너지 위기를 맞아 우리나라는 국내외에서 유전 개발과 자원외교에 애를 쓰고 있다. 사실 우리는 하루 석유 5만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95번째 산유국이다. 정부는 1970년 1월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같은 해 5월 그 시행령을 제정함으로써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주변에 7개 해저광구를 설정한 바 있다. 이 중 석유부존 가능성이 제일 높은 곳은 남해·제주 해역의 제5광구와 제주도 남쪽 동중국해로 뻗친 제7광구이다. 제7광구가 동중국해까지 확대된 것은 우리가 류큐(琉球)제도 부근에서 일본 규슈 쪽으로 나 있는 오키나와 해구(沖繩海溝)를 한일 간 대륙붕 경계로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대륙붕을 육지의 자연적 연장으로 본 1969년 국제사법재판소의 북해 대륙붕 판결이 나온 직후여서 오키나와 해구를 경계로 생각한 우리 입장은 국제법상 타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시각은 달랐다. 그들은 제7광구 내의 자국 섬, 도리시마(鳥島)와 단조군도(男女群島)를 들먹이며 이들 섬과 제주도의 중간선에 한일 간 대륙붕 경계가 설정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 같은 일본의 주장이 관철될 경우 제7광구의 전부 및 제5광구의 많은 부분이 일본 쪽으로 넘어가므로 이를 둘러싼 양국의 대립이 불거지게 되었다. 1974년 양국 간에 한일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협정이 체결됨으로써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 협정의 유효기간은 50년이다. 체결 후 4년 만에 발효된 만큼 2028년에 협정의 효력이 정지된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 공동개발의 기간이 지금부터 2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과거 30년을 우리가 허송했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남은 20년마저 하릴없이 허비한다면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주변에서 석유부존 가능성이 제일 높은 해역을 거의 손도 대보지 못한 채 잃는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협정은 유효기간이 끝난 후에도 당사국 중 일방의 폐기통고가 없으면 효력이 계속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일본의 반대로 유효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협정 종료가 될 것은 불을 보는 뻔하다. 더구나 협정 체결 후에 채택된 유엔 해양법협약에 거리 기준이 도입돼 기선에서 200해리까지는 무조건 연안국의 대륙붕으로 인정받아 오키나와 해구의 존재가 무의미하게 된 데다 우리가 동해에서 독도를 한일 간 해양경계 획정의 기점으로 사용해 동중국해에서 도리시마와 단조군도를 기점으로 삼겠다는 일본의 주장에 대항할 명분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로서는 한국령 독도와 일본령 도리시마 및 단조군도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논리를 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이 우리 입장까지 살펴 그들의 주장을 거둬들일 가능성은 없지 않겠는가. 머잖아 불거질 양국 간 갈등요소에 충분히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지난주 자원외교의 총대를 멘 한승수 총리가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하고 돌아왔다. 대형 해상광구 3곳을 공동개발키로 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세계 곳곳을 메주 밟듯 요란스레 돌아다닌다고 해서 에너지 광맥이 우리에게 불쑥 안겨지는 건 아닐 것이다. 먼 나라에서 광맥을 찾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지키고 개발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 아닐까. 김찬규 단국대 초빙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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