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는 9월부터 시작해야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
한국의 학교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학사제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대학교는 3월에 입학식과 함께 1학기를 시작해 6월 말에 끝낸다. 2학기는 9월에 시작해 12월 말에 끝난다. 결국 대학생들은 2개월의 겨울방학과 2개월의 여름방학을 즐긴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는 1학기를 3월부터 7월 말까지 하고, 2학기는 9월에 시작해 12월 말에 끝낸다. 그리고 일부 학교는 2월 초에 개학해 며칠간 수업을 하다가 곧바로 봄방학에 들어간다. 결국 여름에 약 1.5개월과 겨울에 약 2개월의 방학을 가지는 셈이다.
첫째로 우리는 아직도 왜 겨울방학을 2개월씩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아마 과거 추운 교실에 난방을 할 수 없어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달라졌다. 날씨가 과거처럼 춥지도 않고 대한민국이 연료 때문에 학교를 닫아야 하는 나라도 아니다.
우리의 두 달짜리 겨울방학은 외국과 비교해 보아도 매우 특이하다. 우리가 비교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 겨울방학은 아예 없든지 또는 한 달 이내다. 유럽·미국·일본은 방학이라 부를 수 없는 2주 정도의 휴가가 있을 뿐이다. 중국에서도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3∼4주 정도 노는 것이 고작이다. 그 추운 러시아에서도 겨울방학이 3주 이내다.
방학이 여름과 겨울로 균등하게 나뉘어 있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알차게 활용하기 어렵다. 두 달 동안에 외국 대학이나 회사에 가서 실질적인 경험을 쌓고 성과를 보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외국 학생들은 여름방학 석 달 동안에 회사에 가서 인턴으로 일해 사회 경험을 쌓는다. 학생들은 석 달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에 회사를 위해 성과를 내어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러기 때문에 회사는 다시 인턴 학생들을 받아 준다.
둘째로 우리는 아직도 새 학기를 3월에 시작하고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9월에 입학식을 하면서 1학기가 시작되고 졸업은 5월 말에 한다. 유럽·미국·중국·러시아가 그렇다. 단지 이웃나라 일본만 4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이와 같이 외국에 비해 입학과 졸업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손해가 크다.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학기를 맞추기 위해 낭비하는 시간이 생긴다. 외국으로 전학을 갈 때도 학년이 맞지 않아 고생이다.
우리도 어서 빨리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학기 제도를 바꾸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우선 쉬운 것부터 하자. 첫째로 할 수 있는 것은 여름방학을 석 달로 늘리고 겨울방학을 한 달로 줄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2월 초에 입학식을 하고 새 학기를 시작하면 된다. 둘째로 할 일은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입학식을 매년 한 달씩 앞당겨 하면 혼란 없이 9월에 입학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첫해에는 2월에 입학식을 하고, 그 다음해에는 12월에, 또다시 11월, 10월, 9월로 앞당기면 5년이면 완성된다.
겨울이 춥기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더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좋아지는 경제 사정에 맞추어 학기 제도를 바꾸어 가는 동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잠에서 깨어 학기 제도를 살펴봐야 하겠다. 미래를 짊어질 우리 젊은이들이 이 포근한 날씨에 놀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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