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떻게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다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그런 지푸라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IMF가 올해에 이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보다 대폭 내린 3.9%로 잡은 것만 봐도 그렇다. 세계경제가 본격적으로 저성장시대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의구심만 짙어지는 판국이다.
IMF 등의 암울한 경제 전망은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에는 귀를 찢는 경고음이나 다름없다. 글로벌 경제난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소규모 개방 구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늪에 빠진 형국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졌다. 성장 능력 자체가 부실해진 것이다.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다. 성장동력인 수출전선은 흔들리고 내수는 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세계경제 위축에 따른 수출둔화가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고, 그런 타격이 다시 일자리와 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구미의 부국들도 긴장하는 이런 비상한 국면에서 포퓰리즘 경쟁에나 열을 올린다. 일자리 창출의 첨병인 기업의 기를 살려줘도 시원치 않을 시점에 반재벌 구호만 목청 터지게 외쳐댄다. 성장의 불씨를 되살리는 중차대한 과제는 안중에 없다. 어디서 이런 무책임한 정당들이 튀어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정치권은 IMF 등의 경고음을 새겨들어야 한다. 선심 공약을 부풀리기에 앞서 경제 활력을 끌어올려 성장률 하락을 저지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그럴 능력도, 의지도 없다면 차라리 이쯤에서 정치를 접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다. 삼류 정치판을 벌일 정상배는 기존 여야 인사들 말고도 도처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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