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는 ‘국민행복시대를 만드는 것’을 정책의 기본적 목표로 설정했다. 이러한 정책목표 실현의 일환으로 주택부분에서는 서민, 대학생, 사회 초년생의 최소 주거수준 확보를 위해 행복주택을 임기 내 약 20만가구 공급할 것을 기획하고 있다. ‘최소한의 삶의 수준이 행복의 전제조건’이라는 명제하에서 국민 전체의 행복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같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보다는 재정·경제적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주택을 확대공급하는 것을 정책목표로 설정한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박근혜표 핵심 주택정책인 행복주택 밑그림이 발표됐다. 정부는 오류·가좌·공릉·고잔·목동·잠실·송파 등 7곳에 행복주택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목동에서는 행복주택의 건설로 기존 고소득층의 주거환경이 하향 평준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민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싼 임대료의 임대주택 대량공급으로 기존 임대사업자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임대업자의 걱정도 들린다. 특히 사업시행자인 SH·LH공사의 과도한 부채가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시절 각 정부는 임대주택의 공급확대라는 큰 주제에는 모두 정책적 의지를 같이 했지만 방법론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행복주택이 보금자리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전량 임대물량으로 공급한다거나 도심에 공급해 출퇴근 교통혼잡을 감소시킨다거나 하는 긍정적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대선공약의 실현자체가 정책의 최우선 가치’가 돼가는 지금의 정책목표 형성과 추진과정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행복주택도 외국의 성공사례를 모델로 일단 ‘실무적 구체화가 곧 정책의 목표’가 돼버린 것 같다.
살기 좋은 도시는 소득수준과 행복지수가 모두 높은 나라에 많다. 밴쿠버, 토론토, 멜버른 등 쾌적한 도시는 녹지공간과 여유공간이 충분히 확보된 도시가 대부분이다. 서민주택의 확대공급, 임대주택공급비율의 확대 등은 사회의 형평성과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한 상위수준의 정책목표이지만 단순히 이러한 정책목표에만 집중해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한 보금자리 등은 줄곧 논란의 대상이 됐다. 계층 간의 갈등이나 이익집단 간의 갈등 조정은 정책의 실현과 관련된 문제일 뿐이다. 원룸주택공급의 과다도 정책의 세부적 구체화와 관련된 문제이다. 난개발이란 용어가 문민정부에 회자됐었다. 행복주택 건립 밑그림이 나왔다고 하지만 그 밑그림의 근원이 되는 근본적인 검토가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김용희 서울사이버대 교수·부동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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