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벼·채소농가보다 5배 ↑… 판로 개척 외면 정부 책임 커 10년 전 2500㎡의 부지에 대형 유리온실을 지어 특용작물을 재배한 전북 익산 김모씨. 당시 김씨는 선진농법인 유리온실을 활용해 특용작물을 재배하면 수입이 좋을 것이라는 정부의 말만 믿고 비닐하우스의 10배에 달하는 5억원의 시설비를 투자했다.
하지만 특용작물 수입이 시설에 투자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 데다 사업을 권장했던 정부가 시장개척을 농가 몫으로 돌리는 바람에 5년 만에 3억원의 빚더미에 올랐다. 정부의 시책에 따라 김씨와 같이 유리온실을 설치한 이 마을 3명도 모두 2억원대의 빚을 지게 됐다.
정부에서 고소득 작물로 권장하는 특용작물과 화훼, 과수 등을 재배하는 농가들의 부채가 늘면서 빚더미에 나앉고 있다.
24일 농림수산식품부가 국회 농수산식품위 박민수 의원(민주통합당·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특용작물 재배농가의 농가당 평균 부채는 6896만원에 달했다. 이는 논벼 재배농가 가구당 평균 부채(1337만원), 일반 채소 재배농가 가구당 평균 부채(1882만원)보다 최대 5배나 높은 액수다. 전체 평균 농가빚(2603만원)과 비교해도 특용작물 농가는 3배 많았다. 특용작물과 화훼농가의 부채는 지난 10년간 2∼3배가량 증가했다.
반면에 논벼나 채소를 재배해온 농가들은 빚이 줄어들어 특용작물 농가와 대조를 보였다. 2000년대 초반 농가당 평균 2000만∼3000만원이던 이들 농가부채는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지난해 말 채소 1882만원·논벼 1337만원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특용작물 재배농가의 빚이 10년 전에 비해 2∼3배나 늘어난 데는 정부의 정책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농가 현실을 무시한 채 시설자금만 지원해 주고 판로 개척 등을 하지 않아 농가들의 빚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초기 투자비가 일반 작목보다 많은 데다 연일 치솟는 농자재값과 난방유값 등 경영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실제 손에 쥔 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설작목은 초기 투자비와 시설 유지비 등 경영비가 막대한 데다 재배시설 냉난방용 기름값이 치솟아 결국 경영비를 획기적으로 낮추지 못하면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의원은 “미래의 농업은 화훼나 특용작물, 축산 등 특화된 분야로 전환되고 있으며 정부도 이를 권장하고 있는데, 부채 증가 속도는 더 빠르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의 정책방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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