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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무상 확대…'돌봄교실 대란' 예고

입력 : 2013-07-01 10:52:24 수정 : 2013-07-01 10: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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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수요·시설 감안 않고
정부 “내년부터 본격 시행”
“지금도 턱없이 모자란데
어떻게 다 공짜 수용하나”
맞벌이인 한모(39)씨 부부는 초등 1학년 아들 현우(8·가명)만 보면 안쓰럽다.

현우는 오후 1시쯤 정규수업을 마치면 3시간가량 축구와 바둑, 로봇·항공과학, 미술 등 방과후학교 수업에 참여한다. 이어 태권도와 피아노 학원에 갔다가 오후 6시가 넘어 귀가한다. 현우가 이런 강행군을 하는 데 매달 50만원가량 든다. 한씨는 “애한테 미안하고 경제적 부담도 크지만 퇴근 때까지 돌봐줄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는 이런 가정이 없도록 하겠다며 ‘초등 돌봄교실 무상 확대 운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내년부터 3년에 걸쳐 돌봄교실을 초등학교 전체 희망학생에게 무상 제공하고, 특히 맞벌이·한 부모·저소득층 가정 자녀는 오후 10시까지 학교에서 돌봐 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초등 돌봄교실은 맞벌이·한 부모, 저소득층 가정 저학년(1, 2학년) 자녀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저소득층(무료)을 제외한 가정의 학생들에게 평균 한 달 3만원 정도의 부담금을 받고 있다. 무상 돌봄교실 확대 약속에 학부모들은 반색했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무상 확대’에 방점이 찍힌 돌봄교실 정책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현행 돌봄교실이 도입 10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정책효과가 미미한 탓이다.

실제로 지금도 학교마다 돌봄교실이 턱없이 모자라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학생이 수두룩하다. 세계일보가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을 통해 입수한 17개 시·도교육청의 돌봄교실 운영현황을 보면 지난해 돌봄교실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학생이 전국에서 1만1346명에 달했다.

올해 돌봄교실 신청자(지난 3월 기준 잠정치) 중에서도 무려 3만여명이 추첨에서 탈락했다. 대부분 초등학교가 남는 교실이나 신축 공간이 부족해 돌봄교실을 확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돌봄교실이 1개인 학교가 대다수이고, 아예 없는 곳도 있다.

현우가 다니는 서울 영등포구 A초등교도 전교생이 1400여명이나 되지만 돌봄교실은 딱 하나다. 올 초 돌봄교실에 당첨되지 못해 땅을 쳤던 한씨는 “코앞에 다가온 여름방학이 두렵다”고 말했다. ‘영유아 무상보육 대란’처럼 학교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이들은 돌봄교실 무상확대 정책 속도조절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 지역교육청 돌봄교실 담당 장학관은 “돌봄 희망자를 공짜로 다 받아주면 수요가 폭증하고, 돌봄교실 신·증설비와 운영비 등에 엄청난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돌봄교실은 운영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법적인 뒷받침없이 각 교육청과 학교장 재량에 맡기면서 지역별·학교별로 질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돌봄교실 운영에 가장 중요한 돌봄(전담)강사들은 상당수가 ‘살인적인’ 업무량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강사 자격기준이 허술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이렇다 보니 학생을 ‘안전하게 보호’(보육)하면서 ‘다양한 체험·교과학습 프로그램을 제공’(교육)하는 돌봄교실의 취지를 살리는 학교가 드물다.

서영숙 숙명여대 교수(가정아동복지학)는 “돌봄교실의 성패는 돌봄강사의 자질에 달려 있는데, 제도적인 양성·연수체계가 전무한 실정”이라며 “돌봄강사를 홀대하고 혹사시키는 학교현장의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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