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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16초전 갑자기 떨어진 속도… 사고원인 규명 '열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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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10 10:56:51 수정 : 2013-07-10 10: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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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비행기록 분석 결과로 본 충돌 전 상황
아시아나항공 214편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방파제에 충돌하기 30초 전까지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었다. 시계가 10마일(16㎞)에 달할 만큼 하늘은 맑았고, 바람도 7노트(시속 13㎞)의 약한 남서풍이었다. 하지만 충돌 16초 전부터 갑자기 항공기 속도가 정상보다 느려지면서 고도가 낮아졌다. 조종사들이 마지막 순간에 엔진 출력을 높여 항공기를 재상승시키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착륙 전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진 게 항공기 충돌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항공 전문가들도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진단하는 이 부분이 사고 원인규명의 열쇠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9일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블랙박스 비행데이터기록장치(FDR)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항공기는 공항에 접근할 때까지는 정상비행 중이었다. 항공기는 충돌 82초 전 고도를 1600피트(490m)로 낮추고 자동항법장치를 끄며 착륙을 준비했다. 충돌 73초 전 고도를 1400피트(430m)로, 속도를 170노트(시속 315㎞)로 낮춘 데 이어 충돌 34초 전 고도를 500피트(152m), 속도를 134노트(248㎞)로 다시 낮추었다.

문제는 충돌 16초 전부터 나타났다. 사고기는 정규 속도인 137노트(시속 254㎞)보다 낮은 118노트(219㎞)로 속도를 내면서 고도가 200피트(61m)로 떨어졌다. 속도가 낮으면 양력(물체에 수직으로 받는 힘)을 받기 어려워 비행기가 정상적인 고도보다 아래로 떨어진다.

충돌 8초 전 사고기 속도는 112노트(207㎞)로 더욱 느려지면서 고도가 125피트(38m)까지 낮아졌다. 조종사는 엔진 출력을 높여주는 스로틀(throttle)도 이때부터 움직였다. 이상을 감지한 조종사가 재상승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충돌 4초 전에는 항공기가 추력을 잃고 있다고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스틱 셰이커(조종간 진동)’ 경보가 울렸다. 충돌 3초 전 사고기는 속도가 103노트(191㎞)로 떨어지면서 FDR 기록상 최저속도를 기록하지만, 50%이던 엔진 출력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충돌 1.5초 전 조종사가 항공기를 재상승시키려고 했지만 속도가 이전보다 조금 빨라지면서(106노트) 꼬리 부분이 활주로 방파제에 부딪혔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로 미뤄 보면 조종 미숙과 기체 결함 2가지 유형으로 좁혀지는 흐름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비정상적인 하강속도를 근거로 해서 조종사 과실로 몰고 가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조종사가 충돌 8초 전 재상승을 시도했는데 속도가 충돌 직전에야 오르기 시작한 것을 놓고 엔진성능에 이상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종사들의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조종사 4명 가운데 조정석 뒤에서 계기 모니터를 보던 부기장 A씨는 54초 전 고도가 너무 빨리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강하율이 너무 높다고 여러 차례 조언했다”고 정부 조사단에 진술했다. 조종간을 잡고 있던 이강국 기장은 “고도 150m 상공에서 고도가 낮다고 판단해 기수를 들어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관인 이정민 기장은 충돌 직전 “항공기 출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며 엇갈린 진술을 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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