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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국적회복 왜 힘든가, 정부 무관심… 자료 발굴도 뒷전

입력 : 2008-03-03 09:21:45 수정 : 2008-03-03 09: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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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광복을 위해 온몸을 던졌던 독립유공자의 후손 중 절반가량이 국가보훈처 등 정부 당국의 무관심으로 여전히 국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후손들은 불법 체류자나 셋방살이의 궁핍한 상황에서 귀화 판정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가보훈처 청사.  /송원영 기자

국가보훈처는 국적 회복이 어려운 이유로 친족관계 증빙 자료의 부실과 신청자 제출 자료의 신뢰성 부족을 든다. 중국과 옛 소련에 살던 독립유공자들과 그 후손들이 문화혁명과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등 정치 격변기를 거치면서 신변 안전을 위해 많은 자료들을 폐기했다는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후손들이 신청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이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국내 자료와 대조하는데, 자료가 부실해 90% 가량은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시행 초기에는 중국 등 해당 국가의 공증서를 근거로 허가해줬으나, 가짜 공증서 사건이 터진 뒤 심사 과정에서 아예 이들 서류를 제외했다. 가뜩이나 증빙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증서를 인정하지 않다 보니 유공자들이 귀화 허가를 따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귀국해 국적 회복을 신청한 이모씨는 “우리 할아버지가 언제 태어나서 돌아가셨는지, 그 후손이 맞는지 등 호적 제도가 없는 중국에서 이를 입증하라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중국 정부의 공증서도, 인우보증(주변 사람들의 증언)도 못 믿겠다면 국적 회복 신청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정부가 독립유공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관련 자료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세월이 지나면서 관련 기록이 사라지고 있는데도 자료 발굴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보훈당국의 자세가 더 큰 문제”라며 “독립기념관이나 국사편찬위원회 등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 자료들을 통합·정리해 잊혀진 독립유공자들을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지린(吉林)성의 향토사학자인 박남권(66)씨도 “항일 무장투쟁의 본거지였던 지린성 등 동북3성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한국 정부의 외면으로 가슴에 응어리를 품은 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국내 제도나 체계적인 안내 시스템의 미비로 신청자들이 범죄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많다. 현지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막연한 기대를 품고 밀입국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적 회복을 둘러싼 불만이 쏟아지자 국가보훈처는 “이 업무에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데다 외교 공관을 통한 현지 확인 등이 어려워 심사 기간이 길어졌다”면서 “앞으로 혈족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검사를 의뢰하는 등 심사 기간 단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2005년 6월부터 독립유공자 인정 범위가 직계에서 외가까지로 확대되면서 신청자가 늘고 있지만 담당자 3명과 보조 인력 몇 명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고, 그나마 보조 인력은 새 정부의 작은 정부 방침에 따라 전원 감축될 처지”라고 말했다.

이슈추적팀=배연국 팀장,

김재홍·장원주 기자

iss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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