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교과부 특별교부금, 장관·의원 쌈짓돈… 한해 2조 '펑펑'

입력 : 2008-06-04 09:23:51 수정 : 2008-06-04 09:23:5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당초 지역현안 수요 등 지원예산으로 편성
일부 정치인 '지역구 챙기기용' 전용되기도
교육과학기술부 장·차관과 실·국장들이 지난달 스승의 날(15일)을 앞두고 모교와 자녀 학교를 방문해 특별교부금 명목으로 500만∼1000만원가량을 지원한 것을 계기로 특별교부금의 실체와 쓰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별교부금은 국가가 지방재정의 지역 균형을 도모할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것으로, 회계연도 중에 재해 등 특별한 재정수요가 발생하거나 재정수입이 감소하는 경우 등에 대처하기 위해 둔다. 그러나 지금까지 구체적인 용처와 활용 방식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일부가 장관과 정치인의 ‘쌈짓돈’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연 2조원 안팎의 특별교부금… 장관·정치인 마음대로 ‘펑펑’=정부 부처 가운데 특별교부금 제도를 운영하는 부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행정안전부 2곳이다. 이들 부처의 올해 특별교부금 예산은 교과부가 1조 1699억원, 행안부가 9468억원으로 총 2조원이 넘는 큰 돈이다.

교과부의 용도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전국에 걸쳐 시행하는 국가시책 사업(올해 7019억원)으로, 올해는 이명박 정부 공약인 영어공교육 강화와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등에 이 돈이 쓰일 예정이다. 또 재난이나 재해 발생 시에도 학교에 예산(1170억원)이 지원된다. 마지막으로 지역교육 현안 수요(3510억원)에 쓰이는데, 최근 교과부 간부들이 모교 등에 지원한 돈이 바로 이 항목에 속한다.

집행 항목 중 지역현안 수요는 다른 항목에 비해 그 내용이 뚜렷하지 않아 장관 등 정부 관료가 학교를 방문할 때 ‘쌈짓돈’으로 사용돼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예산 규모가 큰 만큼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용’ 예산으로도 ‘전용’된다.

행안부의 지출 용도도 교과부와 비슷해 절반은 재해대책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지역현안 사업에 쓰인다. 행안부 역시 바로 이 지역현안 사업에 책정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장관 임의로 청와대와 정치인 등의 민원 해결에 집행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교육과학기술부 간부들의 모교와 자녀 학교 방문 지원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특별교부금과 관련해 감사를 청구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과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용도 자체가 모호하다 보니 집행되는 과정이나 절차도 뒤죽박죽이다. 교과부의 지침에 따르면 특별교부금 중 지역교육현안 수요는 시·도 교육감의 요청이 있어야 지급이 가능하다. 즉, 장관이 임의로 지급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이 필요한 지역에서 먼저 ‘돈을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교과부가 이를 심의해 지급하게 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는 장관 등이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고 관행적으로 지원을 약속한 뒤 시·도교육청에 격려금을 요청하라고 지시해 왔다. 선후 관계가 뒤바뀐 것이다.

행안부도 상황은 비슷해 대통령과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 등이 지방순시 중 특정 지역이나 단체에 지원을 약속하면 예산이 집행된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정아씨 부탁을 받고 사찰에 지원했던 10억원도 청와대를 통해 내려간 특별교부금이었다.

◆정부·여당, 특별교부금 제도 개선 착수=특별교부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 교과부 사태 이외에도 두 번 정도 더 있었다. 2002년 10월 경실련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역구와 교육부 특별교부금의 관계를 폭로했고, 2007년 7월에는 공무원노조가 당시 행정자치부의 특별교부세 현황을 백서로 발간한 바 있다. 이후에도 두 부처는 특별교부금 집행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2006년에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특별교부금의 지출내역을 공개하라고 당시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교육부는 시·도별 금액만 공개하고 자세한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는 법원에서 교과부의 특별교부금 집행내역 공개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바른사회시민회의, 뉴라이트교사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 대표가 교과부 장관을 상대로 “특별교부금 집행내역의 공개를 거부한 교과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에 대해 “교부금 집행내역을 자세히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교과부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도연 교과부 장관은 ‘모교 국비지원 파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면서 철저한 실태 점검과 개선을 약속하는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특별교부금 중 지역현안 사업 집행내역은 예산 집행기관이 교과부가 아닌 시·도 교육청이기 때문에 교과부가 사용처를 공개하는 것은 예산 편성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공개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특별교부금 사용내역 공개를 포함한 전면적인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하고 행안부의 특별교부세 내역도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
  • 공효진 '공블리 미소'
  • 이하늬 '아름다운 미소'
  • 송혜교 '부드러운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