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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불임의 사회학] ‘진통’ 겪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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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9-08 09:51:56 수정 : 2008-09-08 09: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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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이상 원인불명 불임 시달려
◇지난 6월20일 인천 서울여성병원 강당에서 열린 ‘2008 난임부부를 위한 강연회’에 참가한 여성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제공
결혼 6년차인 임모(36)씨 부부는 아이가 없다. 부부는 평소 등산과 수영으로 건강을 관리하며, 임씨는 체질적으로 담배와 술도 받지 않는다. ‘언젠가 아이가 생기겠지’ 하며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어 결국 불임클리닉을 찾았다. 자궁내막 검사, 나팔관 촬영 등이 끝난 뒤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맥이 풀린 부부에게 의사는 “원인을 모르니 치료법도 마땅치 않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해보자”라고 권유했다.

이 같은 원인불명의 불임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의학계에선 남녀 모두 문제가 없지만 임신이 안 되는 원인불명의 불임을 전체의 20% 정도로 추산한다. 2007년 불임부부 지원사업에 신청한 부부 중 원인불명 진단 비율은 29.5%까지 높게 나타났다. 2006년에는 31.7%였다.

임신 못하는 것도 서럽기 짝이 없는데 이유까지 모른다면 스트레스는 갑절로 커진다. 불임 상담기관인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이경애 교육부장은 “원인불명 불임으로 고민하는 부부들 중엔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삼신할머니가 돌아앉았다’며 학력을 불문하고 굿에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의들은 원인불명 불임의 ‘원인’을 늦은 결혼과 임신중절, 과다한 스트레스, 환경호르몬 증가, 문란한 성생활, 음주, 흡연, 비만 등 다양한 요인에서 찾는다. 주목할 것은 환경호르몬과 스트레스 증가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회·환경적 요인 비중이 커진다는 점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갈수록 올라가는 여성의 결혼·출산 연령이다. ‘2007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 여성의 평균 연령은 30.6세로 1997년(28.3세)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2.3세가 올랐다. 또 30∼39세 여성 1000명당 출산율이 1997년 89.2명에서 지난해는 128명으로 43.5%나 증가했다. 구윤희 장스여성병원 불임클리닉 실장은 “여성이 35세를 넘기면 난자의 수나 질이 가파르게 저하된다. 40세를 넘으면 가임력이 20세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젊은 여성들은 “결혼을 서두르라”는 권고에 시달리고, 갓 결혼한 여성들은 “빨리 애부터 낳으라”는 성화에 힘겨워한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진출과 경제활동이 갈수록 늘어나는 마당에 결혼이든 출산이든 선뜻 앞당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적 이유로 임신을 미루는 기혼 여성도 많다.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가 불임을 부채질하는 셈이다.

남성은 나이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다. 하지만 환경호르몬, 즉 ‘외인성 내분비 교란물질’의 영향으로 20대 남성의 정자 운동성이 50% 밑으로 떨어져 정자의 절반 이상은 움직임이 없다는 조사 결과(국립독성과학원)가 나왔다. 정자 운동성은 1999년 69.5%였으나 2001년 67.2%, 2004년 49.5%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는 48.5%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은 정자 운동성이 50%는 넘어야 정상이다.

이 같은 정자 운동성 저하에는 산업화에 따른 환경 변화, 패스트푸드 등 달라진 음식 섭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백재승 서울대 비뇨기과 교수는 “남성들도 서구화된 식습관에 무한정 노출돼 있다”며 “흡연, 음주, 뜨거운 물 목욕, 장시간 앉아 있는 근무 태도 등도 정자의 수와 운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몇 년 전엔 불임 원인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스트레스도 중요한 요인이다. 원형재 강남차병원 교수는 “상당수 불임부부는 주변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정신·육체적 건강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이상혁·김태훈·양원보 기자 tamsa@segye.com

용 어 설 명

◆불임(不姙), 난임(難姙)=의학적으로 부부가 피임하지 않고 1년 이상 정상적으로 부부관계를 가져도 임신이 안 되는 상태를 불임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오해될 수 있어 불임부부들은 ‘임신이 어려운 상태’를 뜻하는 난임이란 용어를 선호한다.

◆인공수정=여성에게 배란유도제를 투여해 인위적으로 배란을 유도한 뒤 정자를 채취해 자궁에 넣는 방법. 남성의 발기나 사정 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 주로 사용한다.

◆시험관아기=여성의 나팔관이 모두 막혔거나 불임 원인을 몰라 다른 치료법을 쓸 수 없을 때 사용하는 방법. 배란유도제를 투여한 여성에게서 채취한 난소와 남성의 정액에서 추출한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뒤 2∼5일 지나 배아상태가 되면 자궁 내막에 이식한다.

◆배란유도제=성숙한 난자가 생산되지 않거나 난자 배출 경로에 이상이 생긴 경우 배란 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난자가 배출되도록 하는 약 또는 주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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