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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불임의 사회학]치료 꺼리는 남편… 부부불화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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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9-09 10:49:47 수정 : 2008-09-09 10: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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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가 비협조적… 불임남성 상당수 사실 인정 안해 결혼 4년차 주부로 아기가 없는 이모(33)씨는 요즘 남편과 냉전 중이다. 며칠 전 남편이 술과 담배에 절어 자정 넘어 귀가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병원에서 알려준 배란 주기에 맞춰 이날 남편과 ‘숙제’를 하기로 약속한 터였다. 건강한 정자를 만들기 위해 절대 ‘근신’하겠다던 남편에 대한 배신감이 밀려왔다. 이씨는 결국 “임신은 나 혼자 하는 것이냐”며 폭발하고 말았다.

불임 가정 여성들은 ‘남편의 비협조’에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불임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든 남편의 무관심을 원망하는 아내들의 목소리는 별반 차이가 없다.

최근 불임부부 인터넷모임인 ‘아기모’ 사이트에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남편의 협조 여부와 관련, 여성 응답자 192명 가운데 61명(31.8%)이 ‘마지못해 협조를 하거나 비협조적’이라고 응답했다.

‘적극적 혹은 비교적 적극적’(131명, 68.2%)이란 응답이 더 높았지만 불임이 부부 양자 간 문제라는 점에 비춰보면 남편의 방관자적 태도는 일반적 현상이다.

상당수 불임클리닉은 남편들이 병원에 잘 오지 않아 불임 원인 진단과 치료에 애를 먹고 있다고 볼멘소리다. 강남차병원 관계자는 “불임 문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90% 이상이 여성”이라며 “남편들의 병원 행차가 드물어 치료 기간이 불필요하게 지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편의 외면은 부부 간 불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

그러잖아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불임부부가 배우자에 대해 분노감을 갖기 시작하면 이혼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원인을 찾는다.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이경애 교육부장은 “한국사회에서는 남자가 불임클리닉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일”이라며 “특히 불임 남성의 경우,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윤지성 마리아플러스병원 진료부장은 “지극히 사적인 부부문제에 제3자인 의사가 개입하면 대다수 남성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는 것 같다”며 “불임치료 전 과정에 부부 간 협력과 참여가 있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이상혁·김태훈·양원보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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