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대피자 흉기로 찔러… 피살 2명은 조선족 서울 강남 고시원에서 30대 무직자가 세상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불을 지른 뒤 흉기를 마구 휘둘러 여성 6명이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20일 오전 8시15분쯤 서울 논현동 D고시원에 사는 정모(31)씨가 자신의 방에 불을 지른 뒤 연기를 피해 대피하는 투숙자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6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정씨는 범행 후 고시원 창고에 숨어 있다가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1시간 만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고시원 3층 자신의 방 침대와 책상에 라이터용 휘발유 2통을 뿌린 뒤 불을 붙였고, 3층 입구와 4층 복도를 오가며 화재경보기 소리 등을 듣고 뛰어나오는 투숙자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5명이 흉기에 찔려 숨졌고, 1명은 연기와 열을 피해 창문으로 뛰어내리다 충격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3명과 부상자 3명 등 모두 6명이 재중동포로 확인됐다. 부상자 7명 중 3명은 뇌 등을 크게 다쳐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살기가 싫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씨가 이전부터 자살 의도가 있었고, 이번과 같은 범행을 꾸며 다른 사람과 함께 죽으려고 마음 먹은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씨는 2년 전부터 ‘인형 뽑기’ 게임에 몰입해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날리는 등 중독 증세를 보였으며 고시원비와 휴대전화요금, 예비군 훈련 불참 벌금 150만원 등으로 금전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남1녀 중 막내인 정씨는 2002년 경남 합천에서 홀로 상경해 2003년부터 올해 4월까지 강남·경기 지역 식당에서 종업원 등으로 근무한 뒤 일정한 직업 없이 고시원에서 지내왔다. 사건이 발생한 고시원은 4층 건물에 3∼4층만 빌려 침대만 있는 월세방 85개(3층 50개, 4층 35개)를 운영하는 곳으로, 근처 영동시장에서 일하는 재중동포 여성 노동자 등 69명이 투숙해왔다.
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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