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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와서 일만 했는데…" 피해자 안타까운 사연들

입력 : 2008-10-21 10:00:51 수정 : 2008-10-21 1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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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고시원에서 벌어진 30대 남성의 방화 흉기난동으로 숨진 피해자 유족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은 인근 영동시장에서 일해온 재중동포 여성들과 주경야독하는 직장인들이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날 사건으로 숨진 재중동포 이월자(48·여)씨 시신이 있는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 영안실을 찾은 이씨 가족들은 “노는 날도 없이 일했는데, 불쌍하다. 고생만 하다 죽었다”며 오열했다. 동생 순자씨는 “언니가 2년 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건너온 후 남겨두고 온 아들, 딸을 위해 옷 한 벌 사 입지 않고 일만 했다. 그제 처음으로 좋은 옷을 샀다며 자랑하던 모습이 선하다”며 울먹였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보를 접한 이씨 딸은 병원에 달려와 오열한 뒤 실신했다. 중국에서 건너와 식당일이나 일용직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서로 의지하고 살았던 가족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고생고생하다 이제야 살 만해졌는데…”라며 끝내 정신을 잃어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또 중상을 입은 김대영(29)씨 어머니 이정임(51)씨는 아들이 있는 중환자실 앞에서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채 숨을 거세게 몰아쉬며 비통해했다.

이씨는 “고교 검정고시를 본다고 고시원에 들어가 있더니 이런 일을 당했느냐. 아이고 내 아들 어떡하나. 내 아들 어떡하나”라며 눈물을 연방 쏟아냈다. 이씨는 중환자실 앞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의 상태를 묻다 “겁이 난다”며 병동 안으로 들어가기를 망설이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병동 문을 열었다.

부상을 당한 김씨는 2주 전부터 일하던 음식점을 그만두고 서점에서 일하며 주경야독으로 고교 검정고시를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수·유태영·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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