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기적을…’
참가국 69개. 참석인원 기초과학자 4000명과 동반자 포함 6000명. 대회기간 10일.
기초과학 분야(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수학자대회(ICM)를 설명하는 것으로, 겉으로 봐도 스포츠 행사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국제경기대회와 맞먹는 매머드급 규모이자 기초과학분야를 통틀어 가장 큰 학술대회다.
2014년 ICM 한국 유치를 위해 관련 학계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ICM 2014 유치위원회(위원장 박형주 고등과학원 교수)’가 결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고, 지난 11월 국제수학연맹(IMU)에 유치제안서를 제출했다. 내년 4월 중국에서 열리는 IMU 집행위원회에서 단일후보가 결정되고, 앞서 내년 2월23일부터 25일까지 실사단이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이 ICM유치에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는 뭘까.
현존하는 세계최고 수학자들의 방한이 청소년에게 가져다주는 교육적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또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이 ICM개막식에서 국가원수가 수여하면서 국민들에게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도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유치로 선진국 수준의 정부지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무엇보다 한국의 사회·경제적 인프라를 국제무대에 알려 다른 학술대회 유치에도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사표를 던진 곳은 한국을 포함해 브라질,캐나다, 싱가포르 4곳이다.
현재 최대 경쟁자는 브라질. 이전 대회 개최국인 중국과 스페인, 2010년 개최국인 인도처럼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대회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하지만 점차 한국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1981년 IMU에 가입한 한국은 사실상 1990년대 초반까지 수학 후진국의 설움을 겪어 왔다. 1993년에야 최하 등급인 1등급에서 2등급으로 상향됐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국제 수학계를 놀라게 한 연구 결과를 꾸준히 발표해 온 한국은 지난해 2등급에서 4등급으로 단 한 번에 2등급이 승격됐다. 수학 분야 특성상 2등급 승격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현재 최상위 5등급은 G8 국가와 이스라엘, 중국 등 10개국에 불과하다.
독특한 것은 수학분야의 특성을 감안해 IMU 회원국이 등급에 따라 투표권을 차등하게 부여받는다는 점이다.
ICM총회가 주최국 선정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꼽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관심과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유치위는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를 통해 올해 2억원을 지원받았고, 유치가 확정되면 30억원의 예산지원을 해주겠다는 정부 승인을 얻어냈다. 유치단계부터 정부가 지원에 나선 예는 드문 일이다.
글로벌 기업의 후원도 답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가 각각 1억원의 지원을 결정했고, 삼성·LG 등에서도 지원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개최의 또다른 매력은 분단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다. 통상 대회가 열리면 주최국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서 40∼60여개의 위성 학술대회가 열린다.
유치위는 이같은 학술대회 가운데 2∼3곳을 북한에서 개최해 세계평화를 알리는 장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박형주 ICM 유치위원장은 “중국이 2002년 베이징 ICM 개최 이후 수학과 기초과학 분야의 선도 국가로 떠오를 정도로 대회개최가 가져다주는 효과가 크다”며 “현재로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정부·민간부문의 지원과 컨벤션 시설 등 사회인프라 측면에서 한국이 확고한 우위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동 기자 kid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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